『시간의 기원』: 호킹의『시간의 역사』의 완성
“나와 함께 빅뱅 이론을 연구해주었으면 합니다.” “세상에! 그것은 내 인생의 빅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저자와 스티븐 호킹의 제자가 되었던 만남의 순간이었다.
저자는 학위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가 호킹의 긴급 호출을 받아 곧바로 귀국했다. “『시간의 역사』는 잘못된 관점에서 쓰인 책입니다.” 이것으로 호킹과 저자의 연구는 새로이 시작되었다. 호킹의 책을 읽었다면, 그렇지 않았더라도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이유이다.
꼭 일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저자와 호킹은 처음에는 ‘설계된 우주’의 비밀을 풀려는 인류원리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길임 깨달아, 인류원리를 폐기하였다. 스티븐 호킹은 『시간의 역사』에서 무경계가설을 주장했다. 이걸 근거로 1981년 교황청 과학 학술회의에서 “창조주가 설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경계 가설을 밀어붙인 것은 내 인생의 최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호킹의 최종 이론은 결국 ‘최종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호킹은『시간의 역사』에서 “누군가가 만물의 이론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방정식과 법칙의 집합일 뿐이다. 방정식에 생명을 불어넣은 원천은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생각을 바꾼 호킹의 대답은 “우주가 우리를 창조했듯이, 우리도 우주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주물리학에 대하여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그리고 쉬운 언어로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스토리텔링 면에서 최고의 책이다. 마치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든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해서 멋진 인용도 한다. ‘빅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가톨릭 사제 조르주 르메트르는 “성경은 과학 교과서가 아니며, 상대성이론은 구원과 무관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깨닫기만 하면 과학과 종교 사이의 해묵은 갈등은 곧바로 사라진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에 대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심도 있게 설명한다. 어려운 스칼라 장, 인플라톤 장, 양자 장, 힉스 장 그리고 표준모형의 확장 버전인 대통일 이론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우주론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배경도 설명한다. 물론 인플레이션 우주의 증거인 원시 중력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연한다.
표준모형과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도 전개된다. 보어가 제시한 해석의 문제점인 파동함수의 붕괴를 해결한 휴 에버렛 3세의 다 세계해석으로도 달려간다. 그러나 당대 물리학자들은 에버렛의 제안을 완전히 무시하여 학계를 영원히 떠나버렸던 반지성적인 역사도 고발한다.
흥미로운 물리학 지식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우주에서 항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0.3%,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무거운 원소는 0.03%라는 것을 설명한다. 구글을 통해 떠도는 모든 정보를 블랙홀에 저장한다면 양성자만 한 초미니 블랙홀 한 개로 충분하며 이런 곳에 정보를 저장하면 검색은 포기해야 한다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최근에 과학계의 이슈였던 중력파의 발견이 왜 그렇게 놀라운 일인지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