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스티븐 호킹은 우주가 시작되던 순간에 주어진 물리적 조건으로부터 ‘설계된 우주’의 비밀을 풀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스티븐 호킹은 빅뱅 깊은 곳에 내재된 수학으로 우주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주를 설명할 ‘최종 이론’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때문에 인간은 우주의 중심에서 쫓겨났고. 그 후로 은하수와 외계 은하가 발견되면서 더욱 우주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1973년에 ‘인간중심주의’의 인류 원리가 우주론에 다시 등장했다. 인류원리는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었던 코페르니쿠스 이전시대로 되돌려놓은 것 같았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인류원리가 우주론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했다.
과학의 이원론(dualism)은 물리법칙이 인간에 의해 발견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와는 완전히 무관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계와 물리법칙을 연결하는 신비한 연결고리가 인류원리라는 주장이다. 전통적 물리학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그 후로 인류원리는 이론물리학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이론물리학자들은 우주의 생명 그리고 인간 친화적인 특성을 탐구하는 것이 자신의 연구 영역을 넘어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호킹은 “우주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도달했는지 궁금해 하지 않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티븐 호킹은 인류원리를 폐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비과학적 원리로 우주론을 반증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과학의 기본원리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럼 인간은 다시 ‘우주의 먼지’가 되는 것일까? 양자물리학은 또 다른 스토리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