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로, 물리법칙이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오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곧 물리법칙의 일부는 수학적 필연성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주가 태어나는 순간에 입자의 질량과 힘의 세기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값과 완전히 달랐으며, 공간이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대칭이 붕괴되면서 지금과 같은 우주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발견이다. 팽창의 초기단계에서 물리법칙의 기본구조가 우주와 함께 진화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입자물리학의 법칙들은 팽창의 와중에 에너지와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환경에서만 적용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이 법칙을 유효법칙(effective laws)이라고 부른다.
우주는 물리법칙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자기조직적인(self-organizing) 실체이며, 그 안에서 온갖 패턴이 모습을 드러낸다(즉 ‘창발’한다.). 이들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을 우리는 물리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호킹의 최종 이론은 ‘최종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만물의 이론을 찾는 행위는 머지않아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취급될 것이다. 요즘 다수의 과학자는 ‘고유한 규칙의 집합’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관찰대상에게 던지는 질문을 ‘무엇인가?’에서 ‘무엇이 될 수 있는가?’로 바꿔나가는 중이다.
호킹의 최종이론에서 인간은 우주를 내려다보는 신이 아니며, 세계의 변두리에서 조용히 진화하는 무력한 존재도 아니다. 그저 관찰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기 자신일 뿐이다. 양자역학의 놀라운 속성 중 하나는 관찰자의 실험과 행위가 예측과정에 명시적으로 포함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우주의 중심에서 우주먼지로, 다시 우주와 우주의 법칙의 공진화 속에서 관찰자로서 함께 한다.
스티븐 호킹은『시간의 역사』에서 “누군가가 만물의 이론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방정식과 법칙의 집합일 뿐이다. 방정식에 생명을 불어넣은 원천은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생각을 바꾼 호킹의 대답은 관찰자(observership)였다. 우주가 우리를 창조했듯이, 우리도 우주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하여 새로운 공진화하는 우주와 그 물리법칙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홀로그램 우주론을 도입하면서 호킹과 저자의 여정은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다. 호킹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발표한 논문은 3단계 연구의 결정판이었다. 호킹이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에 저자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나는 다중우주를 인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에는 새 책을 쓸 때가 되었네요. 홀로그램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것은 호킹이 저자에게 준 마지막 숙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