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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이 높다."는 거짓말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하는 글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하버드’ 대학의 연구결과를 보자. 1938년 하버드 대학에 윌리엄 그랜트(William T. Grant)가 후원한 ‘그랜트 스터디’라는 연구가 시작되었다. ‘글로벌’ 명문대학의 가장 우수한 학생 268명의 삶을 85년 이상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의 공식적인 이름은 ‘하버드 대학 성인발달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 https://www.adultdevelopmentstudy.org/)’이다. 이들은 예상대로 정계, 법조계,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하였다. 케네디(John F. Kennedy) 미국 대통령도 이 연구 참여자였다. 물론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연구결과 지능, 학력, 연고 등은 성공적인 삶과 별로 상관이 없다는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이들은 모두 뛰어난 인재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하버드 대학 남자 졸업생뿐만 아니라 지능이 높은 여성과 빈민가 출신까지도 공통적으로 나온 요인은 ‘원만한 대인관계’였다. 쉽게 다양한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를 보면 오래 전 우리나라의 ‘천재’ 이야기가 생각한다. 1960년대 ‘지능지수 210의 신동’으로 김웅용씨(1962년생)가 유명했다. 만 다설 살도 안 된 나이에 적분 문제를 동경 대학 학생들보다 먼저 문제를 풀어 일본에까지 유명했다. 어린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며 유명세를 탔지만 초·중·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지 못했다. 결국 검정고시를 통해 1981년 충북대에 입학해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신한대학에서 교수로 있다. 그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남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제일 행복했던 때는 대학교에 다닐 때라고 말했다. 이분이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했다면 더 훌륭한 학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무리 천재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학문적 배경이 없으면 두뇌발달에 한계가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자라고 여행과 체험 등을 통해 많은 경험과 활동 그리고 신체운동을 꾸준히 하여야 뇌가 다방면으로 발달하여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성공적이고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정규교육을 받고 마음껏 뛰어놀게 해야 한다. 아이가 똑똑하던 아니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다져지고 뭐든 활력 있게 할 수 있다.


대조적으로 영국의 교육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영국은 인구가 6~7천만 명이지만 세계 10대 대학에 3~4개가 포진해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수십 개의 ‘칼리지(College)’가 있다. 각 칼리지는 전공별로 분류되지 않고, 논리학, 문법, 천문학, 기하학, 음악, 수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골고루 배운다. 교수들도 전공을 넘나드는 석학들이 많다.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St. John’s College)도 이런 전통을 지키고 있다. 고전학, 역사, 미술사, 철학과 같은 몇 가지 대표 영역의 교수들이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토론하는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인문학 중심의 특성화된 교육 시스템으로 다양한 분야로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대학의 교과과정을 세부 전공으로 갈라놓고 보니 세상에 대한 통찰이 없는 평범한 기술자만 배출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미국의 80만 개 레스토랑에 유니폼을 공급하는 신타스(Cintas)는 ‘포천 500’에 등재된 기업이다. 창업자의 아들이자 CEO 리처드 파머는 모교인 마이애미대학 경영대학을 방문해 “왜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나? 우리는 경영학 전공자를 원하지 않는다. 경영은 회사에서, 그것도 월급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생각하는 사람을 원한다.”라며 의미 있는 농담을 했다(조선일보, 2024.1.6.)


우리나라는 문과 이과를 고등학교 때부터 나누며 ‘절름발이’ 교육을 시작한다. 공교육은 무너진 지 오래고 교육은 없고 입시만 난무한다. 청소년은 학원과 사교육으로 문제만 풀다가 대학을 간다. 대학도 반값 등록금으로 싸구려 대학이 되었고 그 교육의 질은 논하지 않는다. 전공과목 위주의 교육을 받고 대학을 졸업한다. 기업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자’를 원한다. 교육열이 높다는 것이 거짓말인지 모른다. 진실은 ‘교육열은 전혀 없고 입시 열기밖에 없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은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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