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는 2004년 세계 유명 과학 학술지「사이언스」에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 년 뒤인 2005년「사이언스」에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 주 11개를 수립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황 교수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경향신문, 2014.10.30.).
당시 아내는 황우석에 감명을 받았고 아들에게 그에 관한 책을 사서 줄 정도였다. 나는 그 기사를 보면서 직감적으로 의문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맞춤형 세포치료술’로 불리던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처음 보고한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게재 논문이 이전 연구팀의 데이터 조작으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르몽드, 2011.11.11.).
「사이언스」는 2004년과 2005년에 황우석 박사 연구팀이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으나, 이후 이들 연구가 이미지 조작에 의한 허위임이 드러나 게재를 취소했다. 그간 논문을 평가하면서 이미지 조작을 맨눈으로 점검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미지 복제는 맨눈으로 찾아내기 어렵다. 2016~2023년 7년간 논문표절 탐지 소프트웨어 아이센틱(iThentic)을 통해 논문을 검사했다.
황우석의 ‘과학사기’ 사건은 과학과 윤리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법적 판단도 끝난 사안이다. 사기 혐의는 유죄이며 서울대 교수직 파면도 정당하다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다. 하지만 황우석은 건재하였다. 2010년 6월 황우석의 수암생명공학연구원 기공식은 국회의원, 전직 고위관료 등 3000여명이 성황을 이뤘다(한국일보, 2014.10.18.). 학자가 데이터를 조작하여 논문을 제출하여도 ‘영구’ 제적이 되지 않는 풍토이다.
우리나라 대학과 학계의 표절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나같이 이런 ‘잡’ 글을 쓰는 사람도 출처를 모두 다 인용하는데 학문의 세계가 표절에 대해 무심하다니 놀랍다. 연구윤리도 바닥이다. 특히 교수들의 제자논문 표절은 심각하다. 그러나 제자들은 학계를 떠날 각오가 없이는 피해사실을 폭로할 용기를 가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표절이 일단 걸리면 시비가 생기기도 전에 바로 교수직에서 물러난다. 대학생도 리포트를 베끼기만 해도 중징계나 퇴학 조치를 받는다. 문제는 해외에서 학위를 받아오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한국의 연구윤리는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도 한국에 오면 빠르게 한국화가 된다. 도덕불감증은 전염성이 강하다(주간경향, 2014.7.22. 편집).
「사이언스」는 2023년 여름부터 AI 이미지 분석 도구인 프루픽(Proofig)을 시험 사용한 결과 문제가 있는 이미지를 논문 게재 이전에 탐지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2024년부터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연구 논문의 이미지 조작 등을 걸러내기로 했다. AI 이미지 분석 도구인 프루픽(Proofig)을 「사이언스」계열 6개 전 매체에서 활용한다. 이제 자동화된 점검 대상을 이미지로 넓히게 됐다. 프루픽은 논문 속 이미지를 분석해 이미지 복제나 이미지 회전, 이미지 접합, 배율 왜곡 등 비정상적인 점을 가려낸다. 그러면 논문 에디터가 프루픽 분석 결과를 살펴보고 문제가 되는지를 판단,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일 경우 논문 저자에게 해명을 요청한다. 저자가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하고 문제점을 수정할 경우 논문을 다시 평가하지만,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추가적인 우려가 제기될 경우 논문 게재 거부 등 절차를 밟게 된다. 이미 게재된 논문의 이미지 관련 우려가 제기될 경우 의심받는 이미지를 프루픽을 써서 자세히 살펴보고 수정 또는 게재 철회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미지 변조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잡아내서 인간의 실수 가능성이 줄어들고 논문 평가 절차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https://doi.org/10.1126/science.adn7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