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자동차와 고급 아파트, 명품과 호화 리조트, 갖가지 재밋거리들이 갖추어진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적인 자아를 추구하고 꿈꾸고 몰두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고 안쓰러운 심지어는 경멸스런 눈길을 보넬 지도 모른다. 사회적 지위를 누리려는 욕망, 부를 향한 갈망, 돈만 있으면 누릴 수 있는 쾌락 등 세속적, 과학적, 자본주의적인 삶의 방식이 오늘의 삶이다. 자본주의에서 인간의 삶은 생산 또는 돈과 사회적 지위가 목적이고 삶은 재생산과 소비의 수단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한 삶이 아니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노동한 대가로 주어지는 돈을 소비하는 생활이 지속된다(프레시안, 2014.5.9., 아도르노, 미니아 모랄리아 서평 편집).
셰익스피어의『베니스의 상인』에는 수전노 샤일록이 등장한다. 고리대금업자 유대인 샤일록을 돈만 아는 기생충이며 사회를 좀먹는 존재로 묘사한다. 종교 개혁 이후 돈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막스 베버의『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이런 변화를 분석했다. 베버는 서구 자본주의는 종교 개혁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따라 일이나 계약을 발달시켜 부의 축적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베버는 직업 소명설을 주장한 칼뱅주의 윤리가 자본주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으며, 자본주의 발달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 점은 현대인의 모습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는 연구결과가 2024년 나왔다. 미국과 영국 사람들은 금전적 보상이 약속될 때 더 열심히 일한다. 특히 미국인들은 금전적 보상이 없는 경우 절반 이상이 과제 수행을 포기했다. 반면 멕시코와 중국인들은 열심히 일하라는 규범을 강조하는 심리적 격려나 개입만으로도 금전보상만큼 열심히 일했다. 인도인의 경우에는 영어로 일을 지시했을 때는 돈에 대한 동기가 52%로 심리적 격려보다 높았지만 자국어인 ‘힌디어’로 지시했을 때는 27%로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영어는 곧 자본주의라는 심리이다.
오늘날 세상은 돈을 벌기 위한 경쟁으로 숨 막힌다. 독일 철학자 한 병철 교수는『피로사회』에서 “현대는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노예처럼 과잉 노동으로 몰고 가는 자기 착취 시대”라고 했다. 물질과 소유가 우리의 삶에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무조건적으로 획득하려는 무한반복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코리아헤럴드, 2014.10.4. 편집).
사실 인간의 삶은 물속의 물고기가 목말라 하는 것과 같은 삶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사람으로 하여금 풍요 속에서 또 다른 풍요를 찾게 만드는 어리석은 인간을 만들어낸다. 끝없이 재물을 명예를 권력을 찾아 이 숲에서 저 숲으로 쉴 새 없이 헤매고 있다. 이 숲과 저 숲에서 많은 새들을 잡아 창고에 쌓아두고 이 세상을 떠날 뿐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그저 그런 것들이란 ‘언젠가는’ 버려야 할 쓰레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