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방지 약까지 먹으며 밤늦도록 공부해도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새로운 연구결과를 반영하여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한 시간의 비렘수면과 30분 정도의 렘수면이 다섯 번 반복되는데 총 7~8시간 정도 걸린다. 깨어 있을 때 공부를 했거나 들었던 것이 잠을 잘 때 렘수면 상태에서 편집 가공되어 장기 기억이 된다. 렘수면 중에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렘수면을 하면서 꿈을 꾸면 기억이 더 강력하게 저장된다. 밤사이에 꿈을 꾸면 꿈은 기억나지 않아 찝찝하지만 기억이 잘 되었다니 기뻐할 일이다. 결국 잠을 잘 자는 것이 휴식이자 곧 학습인 것이다. 잠을 못 자면 장기기억이 안 되고 피로가 누적되어 단기기억도 나빠진다. 잠을 줄이고 학원을 다니고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어 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것이다.
인간은 기계나 컴퓨터가 아니다. 기계나 컴퓨터는 용량이 크면 많은 정보를 입력시켜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컴퓨터와는 달리 생각하고 감정이 있는 존재이다. 지나치게 잠을 줄이면서 공부를 하면 고생만 하고 심지어는 정신적인 질병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사실 밤에 꾼 꿈 중에 기억할 만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비렘수면에서 깊은 잠에 들면 뇌파가 느린 서파수면(slow-wave sleep)이 나타난다. 서파 수면 중에는 낮에 들어온 정보를 정리하는 작용을 한다.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보다 기억력이 좋은 것은 서파 수면 때문이다. 이마에 있는 뇌의 전전두엽 부위가 서파 수면과 관련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 이 부위가 퇴화해 질 좋은 서파 수면을 갖지 못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뚝뚝 떨어지고 실수도 많다. 필자도 외출할 때마다 뭔가를 자주 놓고 나가서 다시 들어오게 되니 생활이 힘들다.
왜 잠을 자야 하는지 직접적인 증거는 2024년에 밝혀졌다. 뇌 활동(신경세포 활동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잠을 자서 지쳐버린 뇌의 기능을 재설정한다. 컴퓨터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최적화’를 실행하여 재설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컴퓨터를 최적화시키지 않으면 기능이 떨어지고 오류가 발생하고 고장까지 나듯이 사람도 잠을 못자고 무언가를 하면 피곤하기만 할 뿐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잠을 자고나면 뇌(신경세포) 활동이 급격하게 좋아진다. 동물 뇌의 신경세포는 1초도 안 되는 시간(수십 밀리 초) 동안 전기신호가 연쇄적으로 스파크를 일으키며 활동하는데 이를 ‘신경 눈사태’라고 한다. 깨어나서 시간이 감에 따라 이것은 서서히 잦아들고 뇌 기능도 떨어진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뇌의 성능은 서서히 감소하며 수면을 통해 뇌의 최고 성능을 다시 회복하게 된다. 잠은 뇌의 활동량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뇌가 다시 적절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생체활동이다. 뇌 신경세포는 복잡하고도 때로는 무질서하게 기능한다. 그러나 임계 현상은 신경세포들이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협력하는 것 같아 보인다. 경이로운 생명 현상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3-023-01536-9#citeas
인간이 진화하면서 잠을 자게 된 것은 기억을 정리해서 저장하고 지적인 능력이 좋아지도록 뇌를 쉬게 하려는 것이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잠을 참고 줄이라고 하면서 공부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수영을 하면 되는데도 역방향으로 수영을 하여 고생만 하는 셈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꼭 기억할 일이다. 아니 메모지에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좋겠다.
공부하는 아이들도 피곤하게 늦게까지 공부하면 잘될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학습은 잠을 잘 자 머리가 맑을수록 더욱 잘된다. 맑은 머리로 한 시간 하는 것이 피곤한 머리로 몇 시간 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