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하고 있는 글입니다.
영국은 인구가 6~7천만 명이지만 세계 10대 대학에 3~4개가 포진해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수십 개의 ‘칼리지(College)’가 있다. 각 칼리지는 전공별로 분류되지 않고, 논리학, 문법, 천문학, 기하학, 음악, 수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골고루 배운다. 교수들도 전공을 넘나드는 석학들이 많다.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St. John’s College)도 이런 전통을 지키고 있다. 고전학, 역사, 미술사, 철학과 같은 몇 가지 대표 영역의 교수들이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토론하는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인문학 중심의 특성화된 교육 시스템으로 다양한 분야로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대학의 교과과정을 세부 전공으로 갈라놓고 보니 세상에 대한 통찰이 없는 평범한 기술자만 배출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미국의 80만 개 레스토랑에 유니폼을 공급하는 신타스(Cintas)는 ‘포천 500’에 등재된 기업이다. 창업자의 아들이자 CEO 리처드 파머는 모교인 마이애미대학 경영대학을 방문해 “왜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나? 우리는 경영학 전공자를 원하지 않는다. 경영은 회사에서, 그것도 월급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생각하는 사람을 원한다.”라며 의미 있는 농담을 했다(조선일보, 2024.1.6.)
우리나라는 문과 이과를 고등학교 때부터 나누며 ‘절름발이’ 교육을 시작한다. 공교육은 무너진 지 오래고 교육은 없고 입시만 난무한다. 청소년은 학원과 사교육으로 문제만 풀다가 대학을 간다. 대학도 반값 등록금으로 싸구려 대학이 되었고 그 교육의 질은 논하지 않는다. 전공과목 위주의 교육을 받고 대학을 졸업한다. 기업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자’를 원한다. 교육열이 높다는 것이 거짓말인지 모른다. 진실은 ‘교육열은 전혀 없고 입시 열기밖에 없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은 ‘진심’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든 것은 교육내용이 아니라 입시와 ‘표심’에 의해 좌우된다. 결국 교육부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 수학의 기초이자 중요한 부분인 기하학과 미적분2를 수능 과목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했다. 단지 입시에서 ‘수포자’가 많다는 이유에서이다. 과학교육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목을 단지 ‘표’를 위해서 없앤 것이다. 1950년 6월 26일자 동아일보 1면에는 ‘국력은 과학력’이라는 제목의 당시 문교부 최규남 차관의 칼럼이 실렸다. “인문 계통 졸업생이 사회에 나와서 정치 경제 법률 기타 모든 중요 방면에 지도자 격으로 군림하여 이공학부 출신의 기술자를 부리는 지도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지도자가 내릴 결정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매일경제신문, 2024.1.15. 편집).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32세에 하버드 대학 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교수임에도 대학에서 미적분 강의를 들었다. 학생 중에는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끝까지 했다. 그는 대공황 시기 허술하게 정규교육을 받은 탓에 미적분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C학점을 받은 뒤 윌슨 교수는 “수학 실력은 외국어 실력과 비슷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수학 실력도 외국어처럼 늦은 나이에 시작하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또 실력 향상에도 한계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윌슨은 미래의 과학도들에게 수학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미리 수학의 기초를 다져놓기를 당부했다. 인류는 수학이 엄청나게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단지 입시제도만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우리나라를 대공황으로 밀어 넣는 어리석은 결정이다. 게다가 국민은 손뼉을 치는 분위기이다(매일경제신문, 2024.1.15. 편집).
양자역학 등 현대과학은 심화 수학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이런 결정을 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은 6~70대의 인문사회 분야가 대부분이고 전체 20여명의 위원 중 이공계열은 건축공학을 전공한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유일하다. 이들이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지만 문과에 편중된 구성으로는 균형 있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더구나 미래의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데 과학 분야 인사들이 거의 없으니 한심하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수학의 핵심이 되는 과목을 제외시켜서는 안 된다(매일경제신문, 2024.1.15.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