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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M&A, 기업 잘 나갈 때 매각하라!

기업의 매각시점은 주식투자에 비유하여 볼 수 있다. 주식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돈이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날 기업이 최고 실적을 내고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일 때 팔아야 한다. 기업을 매각할 최적 시기는 최고의 수익성, 최고의 성장성으로 기업이 너무나 창창하여 모든 것이 걱정 없고 미래가 너무도 낙관적일 때이다. 그때에 매각가능성이 높고, 게다가 최고의 가격으로 팔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 기업주를 만나면(물론 만나기도 힘들다.) 왜 파냐는 핀잔을 듣는다. 어쩌면 이 순간이 기업을 매각할 마지막일수도 있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기업실적이 최고조에 이르고 전도가 양양하면 기업가들은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이 때는 필자가 아무리 설득해도 파는 사람이 없다. 더욱이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어느 날 갑자기 위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그 때가 언제인지 전혀 예측도 안 되고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문제는 매각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자금시장이 활황이고 기업실적이 좋으면 매각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매각에 관심을 갖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하여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기업실적이 불투명해지면 매각을 시도한다. 세상에 기업 가치처럼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없다. 천억 원을 호가하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가치가 증발해버린다. 이것이 매각기업이 생각하는 가격과 인수자가 생각하는 가격이 크게 차이 나게 하는 변수이다. 사실 우리나라 중소기업 M&A에서 1년 내에 성공적으로 매각할 가능성은 1%도 안 되는 것이 비공식적인 통계이다.


결국은 이렇게 된다. 2007년 대우조선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1048억 원과 3275억 원에 이르렀다. 당시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최소 6조~7조원으로 평가됐다. 많게는 1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너졌다. 한때 782억 달러였던 블랙베리의 시가총액은 2013년에 40억 달러까지 95% 이상 추락했다. 2016년 우리나라 외식업계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커피, 햄버거, 치킨 등 다양한 외식업체들이 일거에 매각에 나선 것이다. 이미 외식업계 트렌드는 나빠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끝나고 골프장 가격이 정점을 찍고 내렸다. 한 때 ‘홀 당 100억 원’까지 오르고 2022년엔 홀 당 160억 원까지 기록했다. 2023년 말이 되자 80억~90억 원 정도로 떨어졌다. 그러니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이런 최악의 상황이 되어야 매각문의를 한다. 그것도 옛날 호시절 가격으로. 필자가 늘 겪는 일이다. “(잘 나가는) 현 사업은 신기루다, 언제든 버릴 준비를 하라.” 리타 건터 맥그래스 컬럼비아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말이다. 미래는 분명히 오늘과 다르다는 점을 사람들은 늘 잊는다(The future is not the same as today. But too many people forget it.).


다시 한 번 강조하면 최선의 매각시점은 늘 기업이 잘 될 때이며 최선의 가격은 그 때 어느 정도 만족한 그리고 어느 정도는 손해 보는 가격이다. 해외에서는 기업이 잘될 때 매각하여 번 돈으로 다시 창업에 나선다. 이러한 창업가들이 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우리나라 기업도 잘 나갈 때 매각하여 평생 살 자금을 확보하고 새로이 사업을 하거나 작은 규모의 기업을 인수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고려해볼 때이다.


더 나아가 기업 매각은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은퇴할 시기가 올 때까지 계속 경영하고 막연하게 언젠가 매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후나 기업이 위기가 닥쳐 도산위기에 빠졌을 때에야 매각하려 한다. 아니면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는 등 어쩔 수 없는 은퇴시점에나 매각을 상의한다. 기업을 매각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니라 지금부터 즉시 매각을 추진하여야 한다. 기업을 인수할 사람이 언제 나타날지 기업의 실적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을 매각하려면 사전에 준비를 충실하게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인수기업과 좋은 조건으로 협상이 가능하고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고 거래성사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늘 자문사와 계약을 하거나 상의를 하여 매각에 대비하여 경영을 하고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어느 날 갑자기 가장 좋은 실적을 낸 때에 매각한다고 하여 매각되거나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할 기업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업이 제품을 늘 팔고 있듯이 기업을 매각할 의사가 있다면 늘 팔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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