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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길 학자의 길

학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한 글


50년 동안 ‘한 우물’만 연구한 71세의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 대학 명예교수가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시작한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자가 포식(autophagy) 연구에 평생 매달렸다. 1980년대 현미경으로 자가 포식을 관찰하는 데 성공한 후 1992년에는 효모를 이용해 자가 포식을 촉발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과학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의 수상 소감이다. 외길정신(へそ曲がり·, 헤소마가리)이란 남이야 자기만의 외길을 가는 것을 의미한다. 오스미 교수가 평생을 외길로 한 연구 분야는 그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유망 분야가 아니었다. 그 자신도 51세에 겨우 정교수가 되었지만 다른 길 기웃거리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아인슈타인도 하루아침에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가 아니다. 그는 평생 ‘빛’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문제를 더 오래 연구할 뿐이다(It's not that I'm so smart, it's just that I stay with problems longer.).”라는 말을 했다.


1901년 이후 2016년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591명이다. 이들은 보통 20대에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를 시작해 40대 초반에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되는 연구를 완성했다. 노벨상 수상자 10명 중 9명은 35세 이전에 노벨상을 받게 된 연구를 시작했다. 42세경 노벨상을 받은 논문을 완성하고 50~55세에는 최고 권위자라는 명성을 얻는다.


미국대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학술 분야에서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스포츠·체스 등의 분야는 실력의 차이에서 차지하는 노력 시간의 비중이 20~25%였다. 어떤 분야든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가가 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선천적 재능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노력에 쏟은 시간의 중요도는 분야마다 차이가 난다(중앙일보, 2014.7.17.).


물론 많은 사람이 실패한다. 사람은 누구나 준비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바른 마음자세를 갖는 등 모든 것을 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실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이루는 사람들은 인내와 신념과 의지로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노력을 한 사람이다.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자신도 알 수 없다. 미래를 향하여 열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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