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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지구와 슈뢰딩거 고양이

약 7억 년 전에는 얼음이 적도를 포함한 지구 전체를 뒤덮은 최악의 빙하기였다. 이 시기의 지구를 ‘눈덩이지구’(Snowball Earth)라 부른다. 우주에서 바라봤다면 눈 덩어리 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눈덩이지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했던 빙하기 가운데 하나로 ‘크라니오제니아기(Cryogenian period, 약 7억2천만~6억3천500만 년 전)’라 부른다.


지구가 얼어붙은 원인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된다. 2017년에는 7억 1,700만 년 전 있었던 대규모 화산 활동이 원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북극에 가까운 알래스카나 캐나다 북부지방에서 대규모 화산 활동이 일어나 방출된 유황이 햇빛을 차단해 지구에 강력한 한파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빙하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황 퇴적물을 발견하고, 유황의 양으로 보아 방출된 이산화황 가스가 지구 대기를 덮고도 남았을 정도였다는 추정이다. 우리나라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서도 약 7억 2,00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빙하퇴적층이 발견되었다.


소행성충돌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룡 멸종을 초래한 6천여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의 수십 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 약 8억 년 전 지구와 달에 떨어졌다. 지름 100㎞의 소행성이 8억 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파괴되면서 일부는 지구와 달에 떨어지는 등 태양계 곳곳으로 날아가고 잔해는 소행성이 됐다. 그 결과 달에 있는 8개의 충돌구가 약 8억 년 전 동시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달은 침식 과정이 거의 없어 운석이 떨어진 크레이터가 오래 보존된다. 지구에도 엄청난 양의 소행성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때 만들어진 충돌구는 풍화·침식과 지각변동 등으로 확인 불가능하다. 이 운석 소나기로 생명 활동의 주요 원소인 인이 지구로 다량 유입됐을 것이라는 학설을 제시했다.


2024년 빙하기처럼 지구의 기온이 크게 떨어진 시점에 소행성 충돌이 일어나면 ‘눈덩이 지구’를 촉발했을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따라서 칙술루브 충돌구(Chicxulub crater)가 발생한 6~7000만 년 전은 백악기이기 때문에 눈덩이 지구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늘날 지구는 지구 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어 소행성이 충돌해도 눈덩이 지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https://doi.org/10.1126/sciadv.adk5489


눈덩이 지구에서 초기 생명체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이 시기 사막은 모두 얼음으로 뒤덮였고, 바다도 산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포가 빙하 얼음 속에 갇혀 있다 녹으면서 물속으로 방출되면서 생물이 극한 빙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에게 우주와 생명은 ‘슈뢰딩거 고양이’이다. 인간이 그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그에 관한 ‘지식’이 없었다. 인간은 슈뢰딩거 고양이 상자를 여는 ‘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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