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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의 유머와 인간의 유머, 1천만 년의 진화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가 2%도 차이나지 않지만 그 작은 차이가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언어와 상징을 사용하고 복잡다단한 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것도 이 작은 차이가 낳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침팬지의 조상으로부터 기원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인간과 침팬지가 갈라진 것은 약 700만 년 전이다. 2000만 년 전 유인원 화석과 분화 후인 440만 년 전 초창기 인류 조상의 화석이 모두 인간형의 손을 갖고 있다. 이는 침팬지의 손이 인간형 손 이후에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2006년 한·일 국제공동연구팀이 침팬지의 성(性) 염색체 해독에 성공해 인간의 Y염색체가 침팬지의 Y염색체와 달리 면역 관련 유전자 ‘CD24L4’를 추가로 갖고 있음이 밝혀냈다. 진화가 면역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다. 2004년에도 침팬지의 22번과 인간의 21번의 유전자가 거의 같았지만, 면역 부분에서만 달랐다.


1960년대부터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은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사회성이 강한 동물로 높은 지능을 가지고 가족중심 공동체를 구성한다. 침팬지는 원숭이 골을 먹고, 집단 간에 전쟁을 하고, 영아를 살해하는 것이 인간과 닮았다. 보노보는 수컷에 의한 지배가 없고 집단 간 전쟁을 하지 않고 타협하고 갈등이 있을 때 섹스로 풀며 동성애도 일반적이다. 인간은 침팬지와 보노보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사회성 동물에게는 ‘유머’가 나타난다. ‘유머’는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이다. 인간의 유머는 생후 8개월경 나타난다. 말이 아니라 ‘장난’으로 한다. 유머로 웃음을 이끌기 위해서는 언어능력, ‘사회적’ 지능, 기억력, 예측능력,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머는  인간의 고유능력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 박사 같은 영장류 학자들은 유인원도 유머 행동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2024년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처럼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상대의 웃음을 끌어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인원들도 인간처럼 상대의 기대를 이해하고 예측하여 장난을 한다. ‘유머’가 적어도 13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게서 분리되면서 진화해 왔음을 알 수 있다.

https://doi.org/10.1098/rspb.2023.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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