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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스키는 시베리아로, 알프스트레킹은 겨울에

2010년대 그리고 특히 2015년 이후 5년간은 기상 관측 140년 역사상 가장 기온이 높은 시기였다. 역대 1~5위 기온 기록이 2010년대 후반에 몰려있다. 2019년은 2016년에 이어 역대 2위의 기온을 보였다. 2020년 1월의 기온은 가장 따뜻했다. 역대 최고였던 2016년의 1월 평균기온보다 0.03도 높았다. 1981~2010년 평균기온에 비하면 3도 높았다. 유럽의 역대 최고였던 2007년 1월보다 0.2도 더 높았다. 노르웨이에서 러시아에 이르는 북동부 유럽의 온도는 30년 평균치보다 무려 6도나 높았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장이 폐쇄될 정도였다. 한국은 1월 평균기온이 197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2.8도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보다 3.8도 높은 것이다. 직전 기록은 1979년의 1.6도였다.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됐던 2016년 7월보다 2019년 7월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영국 등은 2019년 7월 25일 국가 최고온도 기록을 갱신하여 파리가 42.6도를 기록하는 등 유럽 전체가 40도를 웃도는 기온을 보였다. 2016년 7월에는 슈퍼 엘니뇨의 영향이 컸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수온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반면 2019년 7월은 엘니뇨 영향이 없음에도 더워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이번 7월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온도보다 1.2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21세기 말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에 머물러야 한다는 한계 수치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60년쯤에는 여름철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5.5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인류뿐만 아니라 생명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


2019년 여름 유럽의 최고기온은 46도를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1950년 이후 폭염 일수(상위 1%에 해당하는 최고기온, 최고습도를 기록한 날)는 3배가량 증가하고 여름은 전반적으로 더워진 반면, 한파 일수(상위 1%에 해당하는 최저기온을 기록한 날)는 절반 이상 줄어들고 겨울은 전반적으로 따뜻해졌다. 1950년부터 2018년 사이 약 70년간의 유럽 내 기상관측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이다. 유럽 일부 지역은 기후 변화 모델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지역의 경우 기후 변화 모델이 예측한 기온 상승 속도보다 실제 관측데이터 상의 기온이 2~3배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각 지역의 온도변화 편차가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중부 유럽의 경우 매 10년 폭염인 날 기온이 유럽 전체 평균보다 0.14도가량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 기간 전체로 치면 평균 1.0도가량 더 증가한 것을 나타낸다. 유럽의 여름과 겨울은 기후 변화가 가속화 함에 따라 앞으로 점점 더 더워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알프스 트레킹을 대학 동기 부부들과 함께 갔었다. 필자의 주도로 가면서 봄가을과 겨울옷 위주로 준비시켰다. 하지만 낮에 너무 더워서 아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원성을 샀다. 지구온난화로 트레킹을 준비할 때 항상 4계절 옷을 준비하여야 할 것 같다. 2018년에는 가족들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갔을 때도 낮에는 너무 더워서 모두 고생했었다.


북극 얼음의 손실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극은 지구의 냉장고 역할을 해 열을 다시 우주로 반사하고 지구 온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21세기에 들어 유럽의 폭염은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더 오래 지속되었다. 기온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으면서 노인 같은 취약 계층의 사망률이 증가했다. 2023년 유럽의 ‘살인적인’ 폭염은 북극의 해빙(sea ice)과 빙하가 녹아, 그 물이 북대서양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해빙과 빙하가 녹으면서 전통적인 해양 순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얼음이 계속해서 녹으면서 유럽 전역의 폭염과 가뭄의 빈도와 심각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담수의 이동이 증가하면 유럽은 따뜻하고 건조한 여름과 그에 따른 폭염 및 가뭄의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 온난화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유럽에서의 스키나 여름 알프스트레킹은 옛날이야기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온난화로 눈은 내리지 않아 스키는 어렵고 북극이나 시베리아 북부에서나 가능할 것 같다. 여름은 너무 더워 알프스트레킹은 어렵고, 겨울에나 알프스트레킹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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