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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의 T와 F를 보는 시각

과학적인 소양의 부족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혈액형별 성격이나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 유형 검사에 대한 이해에 나타난다. 1980년대 이전에 태어난 40대 이상의 세대 중 상당수는 21세기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사주로 운세를 본다. 1980년 이후 태어난 ‘MZ’세대는 사주 대신에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가 인기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Z세대(Generation Z)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일부 기업의 채용 지원 자격에는 MBTI 성격유형 중 몇몇 유형은 ‘지원 불가’라고 써있다고 한다. 자기소개 항목에도 성격 유형이 무엇인지 요구하고 결혼정보업체에선 고객들 요구에 맞춰 MBTI 이상형 테스트를 내놓았고, 유형별 특징을 꼽아 궁합을 봐주는 유튜브도 있다.


특히 사실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판단하는지 아니면 사람이나 주변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사고 형(T)과 감정 형(F)으로 나눈다. ‘T’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일 처리를 빠르게 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지만 표준분포에 따른 편차가 있으며 특히 선천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마치 이런 성향이 선천적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이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은 공감 능력의 약 10%는 유전적으로 물려받으며, 나머지는 어린 시절에 학습된다는 점이다. 청소년기에 사회 공동체 전반에 걸쳐 공감 능력이 형성된다면 공감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책도 도움이 된다. 책을 읽을 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에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입시위주의 경쟁사회에서 크면서 공감능력이 크게 떨어진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 우려가 된다. 한편 너무 많은 공감으로 인해 때로는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번-아웃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공감도 휴식이 필요하다.


공감능력의 후천적 요인에 대하여는 2024년에 과학 논문에서 명백하게 설명한다. 고통에 처한 사람을 공감하는 사람을 보면 공감 능력이 향상되지만, 반대인 경우 공감 능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연구이다. 공감하는 롤 모델이 있으면 비록 낯선 사람일지라도 공감을 배울 가능성이 더 높다.인간의 ‘공감’은 사회적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https://doi.org/10.1073/pnas.2313073121


이러한 검사 결과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람마다 편차는 크다. 이 검사를 만든 사람은 심리학을 공부한 학자도 아니고 검사를 만들기 위한 기술과 통계 분석을 배워서 칼 융의 심리유형 이론을 바탕으로 검사를 만들었다. 사람의 성격은 유형 별로 칼로 자르듯이 둘로 나눌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이 16가지 유형으로 정의될 수는 없다. 이런 검사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도 과학적 소양의 부족에서 나올 수 있다. 필자도 이 검사를 해보았는데 정말로 내 성격을 잘 나타낸 것 같았다. 이 검사를 통하여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도 이해할 수 있는 점은 좋았다. 이 정도의 유용성은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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