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팔씨름대회 챔피언인 알렉세이 보에보다(Alexey Voevoda)는 키가 2미터에 달하고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이다. 이 사람이 멸종한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나 침팬지와 팔씨름을 한다면 이길 수 있을까? 이렇게 힘이 센 사람도 키가 153㎝에 불과한 네안데르탈인 여성과 팔씨름을 하면 진다. 침팬지의 근육 힘도 인간보다 네 배나 강하다. 영장류 동물의 힘은 프로 운동선수보가 훨씬 강하다. 힘으로 보면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피터 매캘리스터(Peter Mcallister)는 자신의 저서『남성 퇴화 보고서』(2012)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퇴화한’ 허약한 유인원이라고 불렀다. 그의 주장은 맞다. 그러나 힘만으로는 인간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인간은 두뇌에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두뇌를 많이 쓰기 위하여 근육이 아니라 지방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는 쪽으로 진화를 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체중의 2% 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 소비는 20%나 차지한다. 반면 다른 척추동물은 에너지의 약 2%만을 뇌에서 사용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열 배나 많은 에너지를 뇌에 사용하다보니 근육은 다른 동물들보다 약하다. 유전자가 인간과 95% 이상이 같은 침팬지와 원숭이는 비만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날씬한 사람도 다른 영장류보다 체지방이 훨씬 많다. 다른 영장류는 체지방이 9% 미만이지만, 건강한 사람도 체지방이 14~31%나 돼 매우 높다. 또한 침팬지 등은 갈색지방 조직이 많지만, 인간은 백색지방 조직이 많다. 백색지방은 주로 피하나 복부에 쌓인다. 사람은 체지방 비율, 특히 백색지방의 양이 많고 지방을 태우는 능력이 떨어져서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비만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면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