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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생명 대멸종, 그 원인 밝혀지다

지구상 생명도 최초의 멸종도 산소가 원인


지구상 5대 생명 대멸종은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에 발생했다. 5대 대멸종은 아니지만 캄브리아 대폭발 이후의 멸종을 ‘신스크 사건(Sinsk event)’이라고 부른다. 이는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닥친 첫 번째 대멸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스크 사건이 산소 증감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도 있다. 대기의 산소량에 따라 생명이 번성하기도 하고 멸종하기도 해왔다. 캄브리아 대폭발(Cambrian explosion) 역시 대기의 산소 농도가 급증한 시기였고 대량 멸종 사건이 발생한 원인도 산소 농도가 급감한 것과 연결된다.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에서 대기 중 산소의 급격한 변동이 동물 다양성의 진화적 부침과 일치한다는 증거가 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동안 저 산소 시기에는 멸종이 일어났고, 산소 수준이 급격히 증가하면 동물 진화와 다양성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났다. 대기 중의 산소 함량이 동물 진화의 주요 조절인자임을 보여준다. 산소 수준에 따라 생명이 ‘급팽창과 몰락(boom and bust)’ 패턴을 따른다는 사실이다. 고대 암석에서 발견되는 탄소와 황의 동위원소를 분석해 캄브리아기 대폭발 동안 지구 대기와 얕은 바다에서의 산소 변화치를 추적하여 연구한 결과이다. 시베리아에 있는 캄브리아기의 저고도의 지층은 풍부한 화석 기록과, 연대를 신뢰할 수 있는 연속적인 석회암으로 구성돼 있어 지구화학적 분석에 적합한 표본을 얻을 수 있다. 시베리아 플랫폼(Siberian Platform)이라 불리는 지역은 과거 얕은 바다였고 캄브리아 시대에 살았던 모든 화석 종의 절반이 이곳에 서식하여 캄브리안 대폭발 당시의 정보를 담고 있다. 연구팀은 시베리아의 강 유역에서 수집한 해양 탄산염 표본에서 탄소와 황 동위원소를 분석하여 캄브리아기 동안에 얕은 바다와 대기에 존재하는 산소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 이 지역은 얕은 바다였고, 지구상 동물의 대부분이 서식하고 있었다. 이 지역의 강 두 곳에서 고대의 석회암(ancient limestone)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대기 중 산소가 주기적인 변동이 있었음이 발견되었다. 산소 농도가 높았을 때에는 얕은 바다에서 동물의 다양성이 증가하였음을 설명해준다. 캄브리아기 초기에는 산소가 부족하여 다양성이 2천만년 이상 낮았고 멸종도 발생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초기 동물들이 대기 중 산소농도의 극심한 변화로 진화적 발산(evolutionary radiations)과 개체군 병목현상을 겪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진화적 발산이란 공통조상 집단으로부터 진화 과정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변형된 다양한 자손 종의 집단이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2019년에는 산소의 변동이 지각 판의 변동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각 판의 변동에 따른 화산 활동 증가가 산소 증가를 촉발해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게 됐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이다. 약 5억5천만 년 전 남반구에 초 대륙 곤드와나(Gondwana)가 형성되면서 대륙판과 해양판이 충돌해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화산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봤다. 화산 활동으로 지하 퇴적암에 저장됐던 이산화탄소가 방출돼 대기로 흘러들어 기온이 오르고, 암석의 풍화작용을 강화해 인(燐)이 바다로 많이 흘러들어가고 이는 광합성을 하는 바다 미생물의 활동을 늘려 산소량 증가로 연결되었다. 


2024년에는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대멸종의 원인이 화석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남극과 호주 지역에서 발견된 삼엽충 화석을 통해 지각 변동으로 인한 대규모 화산폭발과 유해가스의 분출이 실제로 대멸종을 일으킨 증거이다. 삼엽충 화석을 분석한 결과, 당시 호주와 남극에서의 화산 활동은 같은 시기인 약 5억1300만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이전에 알고 있던 신스크 사건의 발생 시기와 같다.

https://doi.org/10.1126/sciadv.adl3452

이러한 대멸종은 수억 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니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이 하찬은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온난화로 미래를 걱정하며 인류의 멸종까지도 우려하고 있다. 그래봤자 수십 년, 길어봐야 수백 년 미래를 바라볼 뿐이다. 우리 인간의 삶이 백 년을 넘지 못하니 그 이상을 생각지 못하기 때문이다. 향후 수억 년 또는 수십억 년 동안 어떤 대멸종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대별종이 일어나면 전혀 새로운 종이 지구상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인간 후의 존재, 그들이 지구에서 ‘만물의 영장’ 운운하며 멸종한 ‘고인류’인 우리를 역사에 기록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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