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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윈을 진화론 창시자로 보는 이유


사실 종이 진화한다는 개념은 다윈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개념을 제시했을 당시에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다윈의 독창성은 진화가 일어나는 기제(mechanism)로서 자연선택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찰스 다윈이 자신보다 앞섰던 수많은 학자를 제치고 진화론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이유는 치밀한 논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동안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이론에 대한 수많은 증거를 찾아냈다. 평생 1만 통 넘게 편지를 쓰며 학자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종의 기원』을 빅토리아 시대 집단지성의 발현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이런 이유에서다. 


『종의 기원』에서 제시된 자연선택은 단순한 논리 구조를 갖고 있다. 같은 종의 개체라도 각각 다른 형질을 가지며 어떤 형질은 환경에 더 적합하고 그 형질 중의 일부가 자손에게 전달된다. 이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 그 종의 형질들의 빈도는 변하게 되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종도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핵심이다. 진화론의 자연선택은 자연환경에서 적응하여 살아남은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결국 그런 형질을 지닌 생물이 후대에 사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선택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다. 그러니 헉슬리의 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간단한 자연선택을 생각해내지 못하다니, 이런 멍청이라고는!” 다윈이 말한 자연선택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은 “지구상에서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지적인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다.”이다. 다윈은 적응을 강조했지 강하고 폭력적인 종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강한 종이라면 공룡이었지만 오래전에 사라졌다. 아주 미미한 존재인 코로나19도 지속적인 변이를 하며 살아남았다. 진화는 또한 공진화(co-evolution)이다. 생명계는 먹이사슬과 관계망으로 얽혀 진화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변이를 일으키며 진화하고 인간도 그 변이에 적응하며 진화한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인간이 바이러스를 멸종시킬 수는 없다. 결국은 공존하며 살아간다. 


찰스 다윈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꽤 있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은 극히 미미한 유전적 변화가 보존되고 축적되었을 때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선택이 거대하고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는 생물의 구조가 급격한 변화를 겪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러나 1879년 조지프 후커(Joseph D. Hooker, 1817~1911)에게 보낸 편지에 “최근의 지질학적 연대기 내에서 모든 고등 식물들의 급속한 진화는 하나의 ‘지독한 수수께끼’이다.”라고 썼다. 꽃이 피는 식물(속씨식물 또는 현화식물)의 갑작스럽게 큰 규모로 등장한 것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그래서 꽃식물이 오랫동안 고립된 작은 대륙에서 기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매우 부실한 추측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또한 꽃식물의 진화와 관련된 화석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윈은 그것을 볼 만큼 오래 살지 못했지만 꽃식물의 초기 다양화 단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화석들은 계속 발굴되었다. 꽃식물이 점진적인 진화를 거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도 속속 나왔다.


불과 몇 주 만에 자연선택이 일어난 사례도 있다. 2017년에 하버드대학 진화생물학자 콜린 도너휴(Colin Donihue) 등이 카리브 해 서인도제도의 작은 섬 두 곳에서 도마뱀의 다리 길이, 발바닥 넓이 등을 측정했다. 측정 후 며칠 뒤 그곳에 엄청난 허리케인이 덮쳤다. 허리케인이 잇따라 지나간 뒤 다시 조사했더니 자연선택이 그 짧은 기간에 일어났다. 도마뱀의 발바닥 면적이 직전보다 앞발은 9.2%, 뒷발은 6.1% 넓어졌다. 폭풍 뒤에 살아남은 도마뱀은 또 평균적으로 앞발의 길이가 전보다 현저히 길었고 뒷발은 더 짧았다. 그렇지 않은 도마뱀들은 허리케인 때 대부분 죽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자연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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