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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은 인간의 조상입니다

당신이 밤하늘에서 혜성을 보고 인간이 혜성에서 기원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놀라운 상상력이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적인 사실이다.


1984년 개봉된 영화 ‘E.T.’는 외계인을 다룬 영화이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우주선이 착륙하여 외계인들이 도착한 이야기이다. 우주에 인간 같은 고등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은 영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과학자들도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또한 우리 인간이 우주에서 외계생명체로부터 기원했다는 황당한 주장도 많다. 그러나 생명이 지구가 아니라 우주에서 기원했다는 것은 단순한 흥미위주의 이야기꺼리가 아니다. 과학자들이 늘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과학적인 주장이다. 


태양계에 있는 혜성은 태양계가 만들어졌을 당시 분자 구성을 가지고 있다. 태양 주위를 도는 혜성(67P/Churyumov-Gerasimenko)과 혜성 표본 채취 위성(Stardust)이 가져온 표본에서 아미노산(글리신)이 검출되었다. 아미노산이 태양계를 형성하기 이전의 가혹한 우주에서도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구상 생명의 구성 요소가 별과 행성이 형성되기 훨씬 이전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이런 아미노산들이 우주에서 널리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글리신이 일단 형성되면 다른 복잡한 유기분자로 발전할 수 있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지구 안이 아니라 우주에서 이미 기원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우주에 널리 그러한 성분들이 있어 다른 우주에도 생물이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은 우주에서 기원한 것이고 우주는 그 안에 이미 생명의 씨앗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천문학자들은 탄소분자들이 우주에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 탄소를 함유한 분자(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가 우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번 발견으로 생명으로 이어지는 화학 전구체(chemical precursors)가 어떻게 우주에서 존재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화학 전구체는 생물 체내에서 화합물 형성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화합물이다. 우주에는 생명을 구성하는 탄소가 널리 존재하는 것이다.


혜성은 태양계 바깥 오르트 구름이나 카이퍼 벨트로부터 온다. 그곳은 태양계가 형성됐을 때 열적 변성을 받지 않은 영역이어서 혜성은 태양계 초기 정보를 저장하는 일종의 타임캡슐이다. 혜성은 초기 지구에 생명의 원료가 되는 유기물이나 물을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기 위한 필수 요소들이 혜성으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생명의 탄생에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과 황이라는 6개 원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중 탄소와 수소, 질소와 수소는 혜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DNA와 세포막에 존재하는 생명의 필수 구성 물질 중 하나인 인은 직접 발견되지 않았었다. 인은 우주에서도 매우 드문 원소여서 혜성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찾지 못하면 생명의 구성 물질을 혜성이 가져왔다는 가설은 미완성이다. 2020년에야 한 혜성(comet 67P/Churyumov–Gerasimenko)에서 인을 발견했다. 황도 이 혜성에서 이미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생명에 필요한 중요 원소를 모두 혜성에서 찾아냈다. 생명에 필수적인 6개의 원소인 탄소와 수소, 질소, 산소, 인 그리고 황이 고체인 혜성 물질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견은 아직 젊었던 지구에 혜성에서 이들 물질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혜성은 1969년 발견되었고 6년 반의 주기로 태양을 공전한다. 2014년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 로제타가 혜성에 도달해 착륙에 성공한 뒤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혜성들은 너무나도 긴 궤도를 가지고 있어서 비교적 변하지 않은 상태로 지구 근처에 도착한다. 이는 초기 태양계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카탈리나 혜성(Comet Catalina)은 2013년에 발견됐다. 카탈리나 혜성은 원시 태양계의 외부 지역에서 형성됐다. 이 혜성은 2015~2016년 태양계를 지나가면서 잠시 동안 관측됐다. 카탈리나 혜성은 2015년 11월 15일 지구로부터 1억 2천 2백만 킬로미터 거리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일점을 스쳐 지나갔다. 혜성은 태양을 스쳐 지나갈 때 속도는 시속 166,000km였다. 빠른 속도 때문에 이 혜성이 태양계로부터 이탈궤적에 놓여있을 것으로 예측했으며 결코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혜성을 포착한 많은 천문대 중에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항공 천문대인 성층권 관측 망원경(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 SOFIA)도 있었다. 이 망원경은 혜성 꼬리의 먼지투성이인 빛 속에서 탄소를 포착했다.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PSJ/abca3e#references


이것이 흥미로운 것은 탄소가 혜성에서 기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탄소는 생명의 기원을 푸는 열쇠이다. 태양계의 지구와 다른 지구형 생성들은 형성되는 동안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탄소와 같은 원소들은 사라지거나 고갈됐다. 반면 목성과 해왕성 같은 더 차가운 거대 가스 행성은 태양계 외부의 탄소를 보유할 수 있었다. 목성의 궤도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면서 혜성이 태양계 외부 지역에서 나온 탄소를 내부 지역으로 섞일 수 있게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덕분에 지구와 화성 같은 행성에 탄소가 존재하게 되었다. 혜성이 탄소나 생명체 존재를 위해 필요했던 다른 원소를 지구에 전달했을 것이란 가설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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