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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을 보는 시간: 80년 인생과 3억 년의 시간

2억 5천만 년의 대멸종 만물의 영장은 새로운 종이 차지


페름기(Permian)는 고생대의 마지막 여섯 번째 시기로 약 3억 년 전~2억5천만 년 전의 시기이다. 백 년 전도 가늠이 안 되는 우리에게 수억 년 전이란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과학 서적이 만 권 내외 팔리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 0.1% 이하의 사람이나 관심이 있는 시기이다. 아무튼 페름기에 지구 대륙은 하나였고 초 대륙 ‘판게아’가 있었다. 지금처럼 여러 대륙으로 나누어져있지 않았다. 수목이 우거진 열대 낙원 같은 시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과 유사한 반룡, 양서류, 곤충이 번성한 시기이다.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영장류나 유인원도 살지 않았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시대를 돌아보는 우리 인간이 참 신기한 존재이다.


판구조론(plane tectonics)에 의하면 지구상의 대륙은 계속 이동하여 합쳐졌다가 갈라졌다는 반복한다. 이러한 대륙의 재배치는 과거 5억 년 동안 최소한 5번 생물종류가 급격하게 감소한 이유이며 이 시기 동안 전체 생명계의 75%가 소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판게아 초 대륙이 형성되었던 시기인 약 2억5천만 년 전에 최대의 재앙이 발생했다. 이 시기에 전체 수중생명의 90% 또는 95% 이상이 소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빛이 가려져 온도가 떨어지고 온실효과로 인하여 온도가 다시 올라가는 난폭한 기후변화로 생물들이 몰살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당시 대륙이 하나로 붙어 초 대륙이 형성되면서 생물들이 살던 얕은 바다가 없어지고 육지가 사막화된 것도 그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지구 역사에 기록된 몇 차례의 대멸종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름기 대멸종 시 해양 동물은 짧은 기간(10만 년) 동안 소멸했다. 그리고 육지 동물도 비슷하게 멸종되었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약 2억5천2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은 바다보다는 지상에서 열 배 넘게 오래갔다는 주장도 있다. 해양에서는 멸종기간 10만 년가량 이어졌지만 지상에서는 100만 년가량 이어졌다. 기후변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되고, 생태계도 서서히 파괴되다가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완전히 붕괴한다. 현재의 바다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수온 상승을 견디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산성화나 백화현상과 같은 생태계 붕괴를 맞을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멸종은 핵폭탄에 의한 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십만 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지구와 우주의 역사로 보면 한 순간이지만 인간에게는 너무도 긴 시간이다. 인간의 일생에는 그런 일을 한 번에 맞을 가능성은 없다. 인간의 짧은 수명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대멸종에도 불구하고 작은 개에서 소 정도의 크기였던 페름기 말의 한 포유류(Lystrosaurus)는 오히려 번성했다. 이들은 포유류 초기의 초식 동물이다. 이 포유류는 대멸종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출현해 충분한 개체 수를 가졌다. 이전에 알려진 것처럼 다른 동물이 멸종해 사라진 뒤 황폐된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을 멸종시킨 환경 변화에 적응한 것이다.

https://www.pnas.org/content/118/17/e2017045118


이러한 대멸종은 또 발생할 수 있다. 2007년 1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2억5000만 년 뒤 지구의 대륙이 뭉쳐져서 ‘판게아울티마(최후의 판게아라는 뜻)’라는 초 대륙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 지질학적 증거에 의하면 초 대륙은 약 5억 년 주기로 새로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2억5천만 년 뒤 판게아울티마가 형성되면 또 다시 지구 생명체도 멸종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는 그것을 볼 수가 없다. 인류가 이때까지 살아남아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멸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전혀 다른 종이 지구를 호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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