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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백만년전 유인원과 작별한 최초의 인간은 누구일까?



인간의 지식이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질문은 미스터리로 남는다. 어떤 종교는 그 미스터리를 신이 숨겨 놓았다고 생각한다. 불교 같은 종교는 탐구할 대상이 아닌 궁극적 신비영역으로 남겨놓는다.


Human knowledge, by its nature, has limits, so some questions must remain mysteries. Some religions treat such mysteries as secrets that the gods choose to hide from humans; others, such as Buddhism, treat them as ultimate riddles that are not worth pursuing.


데이비드 크리스티안(David Christian)『Maps of Time: An Introduction to Big History』에서


인간의 기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인원과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첫 조상의 정체이다. 인간은 유인원에 포함된다. 하지만 종종 영장류 중 인류를 제외한 집단으로 사용된다. 고인류학자들이 유인원과 인류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보행 방법이다. 고릴라와 침팬지, 오랑우탄 등 현생 유인원은 두 발과 함께 두 팔을 사용하는 사족보행을 한다. 두 발로 서기도 하지만 항상 두 발로 선 채 생활하는 인간과는 전혀 다른 보행 방법이다. 인간은 그에 맞는 해부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호미닌과 유인원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DNA가 거의 같은 인간, 침팬지, 고릴라는 같은 기원을 가졌으나 고릴라와 침팬지는 인간과 분리되었다. 분리의 주요 이유는 빙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빙하기 이후 숲이 줄어들자 인간은 숲에서 들판으로 나와 적응하고 직립보행하면서 지적존재로 진화한 것이다. 


2021년까지는 인간 최초의 조상은 중앙아프리카에서 발굴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2001년 중앙아프리카 차드 북부의 두라브 사막에서 두개골 하나와 다섯 개의 턱뼈 화석이 발견됐다. 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 600만~700만 년 전으로 추정됐다. 인류의 조상인지 또는 유인원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앞선 인류최초의 조상인 호미닌일 가능성을 제시하며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라고 이름 붙였다. 당시 알려진 가장 오래전 인류의 조상은 약 400만 년 전에 등장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다. 따라서 이들이 호미닌인지 또는 유인원인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졌다. 이들이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같은 해에 나왔다. 이족보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확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이족보행을 했는지를 알려면 골반, 대퇴골 등 화석을 분석하여야 한다. 하지만 당시까지 발견된 화석은 두개골과 턱뼈뿐이었고, 이들만으로는 정확한 보행 패턴을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두개골에 있는 큰 구멍(foramen magnum, 대공 또는 대후두공)의 위치로 보행 패턴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큰 구멍은 보행 패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큰 구멍은 뇌에서 척수가 나가는 통로다. 인류의 경우 이족보행을 하므로 아래를 향해 뚫려 있고, 따라서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에 비해 앞에 위치해 있다. 이들의 큰 구멍은 유인원보다 앞에 있다. 이외에도 턱뼈를 통해 유인원보다 훨씬 작은 치아를 가지고 있던 점 등이 밝혀졌다. 그래서 이들을 호미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의문은 끊임없이 나왔다. 2001년 이후 추가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고, DNA도 추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개골의 크기와 형태가 유인원에 가깝다는 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호미닌이 주로 발견된 동부아프리카가 아닌 중앙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에 의문을 가지는 학자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어 한동안 논의는 진척이 없었다.


최근 고인류학계에서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2020년 이들의 대퇴골을 분석한 논문이 발표됐다. 이 대퇴골 화석을 현생인류와 현생 유인원, 그리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비교한 결과, 이족보행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족보행을 했으며 호미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보행 방법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제시된 만큼 학계의 재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047248420301597


이에 대해 고인류학계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당시 지리학적 변화로 대퇴골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더라도 이족보행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는 고인류학자도 있고, 두개골과 대퇴골 화석이 육안 상으로도 명확히 유인원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설령 이들이 최초의 호미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도 인류 진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인원과 호미닌의 공통조상이 될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던 시기는 유인원과 호미닌이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 가운데 이들만큼 유인원과 호미닌의 특징을 모두 가지는 화석은 흔치 않다.


이들이 최초의 호미닌이 아니라면 유력한 최초의 호미닌 후보는 오로린 투게넨시스(Orrorin tugenensis)가 된다. 약 60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로린 투게넨시스는 지금까지 12개 이상의 화석이 발견됐고, 그중에는 대퇴골 화석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호미닌에 속한다는 증거가 더욱 풍부하다. 이를 의심하는 고인류학자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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