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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최초 조상인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의 음미

2021년 연구반영



“There is no fundamental difference between a living organism and lifeless matter. The complex combination of manifestations and properties so characteristic of life must have arisen in the process of the evolution of matter.” 


“생명체와 물질 간에 기본적인 차이점이란 없다. 물질의 진화과정에서 생명을 특정 짓는 요소와 생명체 발현이라는 복잡한 결합이 틀림없이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오파린(1894~1980)


태양계가 형성될 당시 지구와 화성은 운석이나 소행성이 지속적으로 충돌하였다. 누구도 살 수 없는 뜨거운 지옥 같은 곳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운석 등의 충돌은 점차 줄어들어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을 환경이 점차 만들어졌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똥별은 결코 인간에게 반가운 존재는 아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최초의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시기에 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과학자는 후기 운석 대충돌기(late heavy bombardment)가 지구와 화성에서 모두 38억 년 전쯤 끝난 것으로 주장한다. 


반면에 화성은 약 44억8천만 년 전에 운석이나 소행성 충돌이 멈추면서 약 42억~35억 년 전에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는 초기 조건을 갖췄을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태양계에서 지구보다 먼저 화성에서 생명체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약 2천만 년 전쯤 화성의 남부 고원지대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운석이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되었다. 그 안에 있는 지르콘과 광물 알갱이를 분석했더니 약 44억8천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태양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원시적인 행성 조각으로 추정된다. 지구나 달의 운석 충돌 지역에서 수거해 분석한 광물들은 80% 이상이 강한 압력과 온도에 노출된 흔적이 있다. 하지만 이 운석은 화성 표면 인근에서 결정질화한 뒤 거의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광물이 만들어지기 전에 화성에서 운석 대충돌기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화성 표면에 물이 풍부해졌을 즈음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지구에서도 이때쯤 물이 존재하기 시작했다. 화성에 충돌한 거대한 운석은 행성 내부의 물을 표면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가속해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는 무대를 형성했을 수 있다. 당시에 생명이 살았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 미국의 화성탐사선이 그 증거를 찾고 있다.


2021년 화성탐사선은 당시 화성에는 물이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화성 탐사 로버(Curiosity)가 수집한 화성지층 자료 분석 결과 화성이 30여 억 년 전에는 건기와 습기가 여러 차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 탐사 로버는 약 38억~35억 년 전 형성된 충돌구인 ‘게일 크레이터’ 중앙에 퇴적물이 쌓이고 침식 과정을 거쳐 형성된 5.5 km 높이의 샤프 산을 오르며 탐사하고 있다. 탐사선은 산기슭 경사면에 있는 퇴적층 암석을 고해상도 원격 카메라로 분석했다. 적외선 레이저 빔을 암석에 쏴 섭씨 1만 도로 가열, 기화돼 나오는 가스를 분석해 화학적, 광물학적 성분을 파악한다. 분석 결과 샤프 산 경사면 지층은 호수 침전물로 된 점토층이 바닥을 이루고, 그 위로 바람이 만든 사구로 넓고 큰 사암층이 쌓여 오랜 기간 건조한 기후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암층 위로는 깨지기 쉬운 층과 단단한 층이 얇게 교차하며 홍수 퇴적물로 지층이 형성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습한 기후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화성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후 수억 년이 지난 후 지구는 큰 변동이 일어났다. 지구의 대륙과 해양 지각을 구성하는 10여 개의 판이 36억 년 전에 처음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1년에 밝혀진 것으로 지구의 판이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이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가장 오래된 광물인 지르콘을 분석한 결과이다. 지르콘은 지층의 나이를 알려준다. 지르콘에는 우라늄 등 소량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있다. 동위원소의 방사성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이용해 지르콘의 생성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 44억 년 전 형성된 호주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 잭 힐스(Jack Hills) 지역에서 암석을 수집하고 분쇄해 머리카락만 한 두께의 지르콘 알갱이 3500개를 얻었다. 지르콘의 화학 성분을 분석한 결과 36억 년 전부터 암석 내 알루미늄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알루미늄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지르콘과 결합하려면 고온과 고압의 극한 지질 조건이 필요하다. 이는 지구의 깊숙한 곳에서 암석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이후 지구가 냉각하면서 표면이 암석으로 점차 굳고 지각이 두꺼워진 결과 현재 100km에 가까운 두께의 지각 판이 만들어졌고 지 각판이 맨틀 위를 떠다니는 현재의 ‘판 구조론’이 시작됐다. 캐나다 북부에서 발견된 40억 년 된 아카스타 편마암에서도 이 시기 지각이 두꺼워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대륙판이 형성되어 움직이는 것은 지구상 생명체가 탄생하는 결정적인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http://www.geochemicalperspectivesletters.org/article2114/


최초의 생명체는 지구가 탄생하고 수억 년이 지나서 나타났다. 38억 년 전부터 25억 년 전까지의 시기는 고생대(the archean era)라고 불리는 박테리아의 시대이다. 또는 약 40억 년 전부터 약 20억 년 또는 25억 년 전까지로 보기도 한다. 이 시기의 초기에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진화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그것은 해저의 뜨거운 화산지대에서 진화하고 있던 고 세균(archaebacteria)이었을 것이다. 또는 더 오래되고 초기의 생명체인 이른바 진정세균(眞正細菌, eu·bacteria)으로부터 고 세균이 진화해 나왔다는 연구가 옳다면 다른 형태의 박테리아였을 것이다. ‘최소한’ 35억 년 전에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남아프리카와 서 호주에서 나온 그 시기쯤의 암석이 현대의 시아노박테리아 즉 청초 색 조류(blue-green algae)를 포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볼 때 38억 년 전쯤에는 아마도 생명체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린란드에서 이 시기의 바위 속에 생명의 존재를 암시하는 일정수준의 탄소동위원소(C isotope)가 발견된 것이 그 증거이다. 적어도 35억 년 전에는 최초의 단세포 생물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은 1993년 <사이언스>에 소개되었다. 당시 과학자들이 화석을 조사한 결과 34억 6000만 년 전 살았던 생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화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15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마틴 브레이저 교수와 서호주대 공동 연구진은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은 34억 3000만 년 전에 살았던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이다. 같은 34억 년 전 경이니 큰 차이는 없다(3천만 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의 추정연도이므로 그 전에도 생명체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 증거도 나왔다. 지구상에 41억 전부터 생명체가 존재한 증거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구상에 36억 년쯤 대륙판이 형성되기도 전이다. 지구는 45억 전에 형성되고 4억 년 만에 생명체가 발생했다면 우주에는 생각보다 생명이 보다 더 풍부하게 많을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호주 서부의 잭 힐스(Jack Hills)에서 발견된 광물 지르콘의 미세한 입자들을 조사한 뒤 화학 분석으로 지구 나이 4억 년 무렵의 것으로 연대를 측정했다. 이 광물 알갱이 160개 중 하나에서 탄소 동위체들의 혼합물인 화학 화석을 발견했다. 탄소 동위체 혼합물에서 발견된 탄소 잔류물은 가벼운 탄소 동위체의 비중이 높았다. 이는 생명체의 잔존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모습이다. 이런 탄소 혼합물이 생명체에서 연유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는 매우 드물고, 특정 상황에서만 그렇다. 그래서 이 탄소 혼합물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미세한 유기체의 무리에서 발원했다는 이론을 세웠다. 기존 과학이 생각했던 것보다 3억 년 앞서 존재한 생명체가 이 같은 탄소 혼합물에 대한 가장 논리적이고 간명한 설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 자신도 확실한 증거는 아니라고 인정한다.


다시 화성의 생명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 가본다. 화성 탐사로봇(Curiosity)은 화성에서 메탄을 탐지했다. 메탄의 발견은 우주생물학자들을 흥분시켰는데, 메탄은 강력한 생명지표(bio-signature)로 지구 대기에 있는 대부분의 메탄은 미생물이나 살아있는 생물체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이 메탄이 화성의 미생물이 대량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혹은 특정한 종류의 암석 혹은 뜨거운 물과 관련된 반응인지와 같은 궁극적인 기원에 대해 다루고 있지는 않다. 앞으로도 화성의 생명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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