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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육지진출 진화가 말해주는 공존의 방식

지금부터 4~5억 년 전 육지에 식물이 나타났다. 오르도비스기(Ordovician era, 5.1~4.4 억 년 전)의 홀씨화석(fossil spores)의 발견되었는데 이는 식물이 최초로 바다를 떠나 육지에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2010년에는 약 4억7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태류 포자’라는 식물 화석이 아르헨티나의 안데스 분지에서 발견되었는데 당시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학자들은 오르도비스기 초기, 또는 캄브리아기 후기에 식물이 처음 육지에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상의 식물은 5억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식물이 물에서 육지로 진출하기 위한 진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우선 생명체가 육지에서 살려면 말라버리거나 붕괴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가 있어야 한다. 물이 있는 내부를 보호하기 위하여 외부와 격리할 수 있는 막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필요했던 것은 광합성이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로의 진화는 두 생명이 공생으로 합쳐지면서 발생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단세포 진핵생물이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를 집어삼킨 뒤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체내에 남아 에너지를 생산한 것이다. 광합성 기능을 지닌 박테리아가 진핵생물에 먹힌 뒤 엽록체로 바뀌면서 대부분의 유전자를 잃어버렸다. 


식물이 탄생하는 데에는 또 다른 공생이 함께 했다. 초기에 육상에 진출한 식물은 곰팡이와 공생을 통해 적응했다. 그러한 식물과 곰팡이의 공생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식물의 엽록체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지질(lipid)로 바꾸고 이를 곰팡이에게 먹이로 제공한다. 곰팡이는 식물에게 영양분과 물을 제공하면서 공생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지방산의 생합성과 여기서 생산된 지질 전달은 4억5000만 년 전 초기 육상 식물의 진화를 일으킨 결정적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현재의 식물과 곰팡이의 상리공생(mutualism) 관계로 진화했다. 공생에는 숙주에게 피해를 주는 기생, 숙주에게 해롭지도 이롭지도 않은 편리공생 관계도 있다. 식물과 곰팡이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공생 관계다. 수지상 균 근 곰팡이(Arbuscular Mycorrhizal Fungi. AMF)는 식물과 곰팡이의 상리공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시 육상 식물의 모습을 간직한 윤기우산이끼(Marchantia paleacea)에서 합성된 지질이 이 곰팡이에게 전달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육상 식물로 진출하기 전 물속이나 해안가에 살던 조류(algae)에서는 이런 지질 합성이 일어나지 않았다. 식물이 육상에 출현하기 전에는 곰팡이와 공생 관계가 없었던 셈이다.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2/6544/864


자연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다. 생명계는 살아남기 위하여 종의 안에서 종간에 치열한 경쟁을 한다. 자연은 또한 공생의 장이다. 공생을 통해 살고 공생을 통해 새로운 생명도 만든다. 극단적 개인이기주의와 극단적 경쟁사회는 피곤한 사회이다. 자연과 진화는 인간에게 공생과 공존을 가르친다. 진화의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물속에 사는 조류처럼 발전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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