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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방향은 예측이 가능할까?


진화는 보통 임의의 변이의 누적으로 발생하며 그 방향은 알 수가 없다. 시계를 되돌리면 지구상 생명체는 지금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할지 아니면 아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지에 대해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졌다. 화석 기록에는 비슷한 형질이 다른 종과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평행진화와 자연선택이 일어난다는 단서가 있다.

https://doi.org/10.1126/sciadv.adl3149


2024년 야생 환경에 사는 대벌레(stick insect)의 색 패턴 변이를 10여 년간 관찰한 결과, 단기적 진화는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반복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는 특정 형질 진화가 예측 가능하고 반복적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더 긴 시간 규모에서는 진화의 방향은 예측이 어렵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복진화라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 아프리카 동쪽 바다에 있는 알다브라(Aldabra) 제도는 약 40만 년 전 형성된 고리 모양의 산호섬이다. 이 섬에는 포식자가 없어 점차 날지 않는 새로 진화했다. 그 후 약 13만6000년 전 해수면이 상승하여 섬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모든 동식물이 사라졌다. 이후 3만 년이 지나 빙하기가 다시 찾아와 해수면이 낮아져 섬이 드러났다. 흰멱뜸부기는 아프리카 동남쪽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점차 다른 섬으로 서식지를 넓혀갔다. 하지만 대부분 포식자들에게 잡혀 먹히는 등의 이유로 사라졌지만 동쪽 알다브라 제도 등으로 간 뜸부기들은 살아남았다. 이 뜸부기들은 다시 날지 못하는 새로 진화했다. 이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종이 반복해서 진화하는 ‘반복진화’라는 보기 드문 진화이다.


동일한 환경에 동일하게 진화하여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가 태어나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우주에서 지구와 동일한 환경이 있었다면 우리와 같은 인간이 태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서 외계 ‘인간’을 찾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진화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이다. 동일한 환경에서 다양하게 진화하여 다양한 생명체가 진화해간다. 같은 지구에서 살았지만 이렇게도 많은 종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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