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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가축화 시기 논란

인간이 말을 가축으로 길들인 것은 기원전 3500년쯤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말을 탄 모습이 그려진 유물들은 기원전 2100~1200년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그리스의 유적지부터 나왔다. 이를 근거로 인간이 말을 타기 시작한 것은 가축화된 때부터 최소한 1000년 뒤라고 추정했다. 


유전학 연구에 의하면 말의 가축화는 얌나야(Yamnaya) 문화로 알려진 청동기 서부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일부 학설은 도나우 강과 우랄산맥 사이 살던 얌나야 인들이 기원전 3천년께 대규모로 말을 타고 유럽으로 이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축화한 말의 확산이 기원전 3천300~2천600년에 대초원 얌나야 족의 유럽 대이동과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이 기존 학설이다.


2024년 말이 두 차례에 걸쳐 가축화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첫 번째는 기원전 3천500년께 중앙아시아 보타이 문화에서 말이 가축화되었다. 두 번째 말 가축화는 기원전 2천400년 전 얌나야 문화에서 일어났다.


중앙아시아에서 말 젖을 먹기 시작된 곳은 카자흐스탄의 보타이(Botai) 지역이라고 알려졌다. 2021년 두 개체의 보타이 유골에서 나온 치석을 분석한 결과 말 젖을 먹은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은 최근의 고고학 연구에서 보여주듯이, 보타이 지역에서 발굴된 초기 형태의 프르제발스키(Przewalskii) 말이 오늘날의 가축화된 말의 조상이 아니라는 생각과 일치한다. 대신 말 가축화는 흑해의 북쪽에서 뻗어있는 폰틱-카스피해 대초원(Pontic-Caspian steppe)으로부터 서쪽으로 1500km 떨어진 곳에서 시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024년 기원전 3천500년께 중앙아시아에서 말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이룬 보타이 문화에서 말 세대 간격이 현저하게 단축된 가축화 증거를 발견했다. 보타이 문화의 말 가축화는 운송수단보다는 말고기와 젖 등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보타이 문화는 기원전 3700년경~기원전 3100년경까지 카자흐스탄 북부에서 번성했던 선사 시대 문화이다.


두 번째 말 가축화는 기원전 2천400년 전 얌나야 문화에서 일어났다. 본격적인 말 사육에 앞서 기원전 2천700년께부터 유전적 변이가 제한되는 가축화 병목현상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말의 세대 간격이 야생에서보다 짧아지면서 가축화한 말의 번식이 더 쉬워졌다. 말의 가축화가 알려진 것보다 수백 년 이상 늦은 기원전 2천200여 년 전 이루어졌다. 기원전 2천200년께 친족 교배 방식 도입 등 말 사육 관행에 뚜렷한 변화가 있었고 이에 따라 거의 모든 말 혈통이 가축화된 현대 말 혈통으로 대체되었다. 이는 말의 가축화가 지금까지 알려진 기원전 2천700년경보다 수백 년 늦게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말이 언제부터 가축화되고 운송수단으로 전 세계로 확산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23년에도 기원 전 3000년부터 말을 탔다는 증거가 나왔다. 가축화 초기부터 말을 탔다는 것이다. 기원전 3000~2500년 전의 얌나야(Yamnaya)인 유골에서 말을 탔음을 보여주는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나 얌나야인들의 유적지에서는 말뼈나 마구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발견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마구 유물이 없다고 말을 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반박도 있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말을 잘 탔을 수 있고, 천이나 가죽으로 만든 마구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오래 전 부식됐을 것이다.


말이 언제부터 가축화되고 운송수단으로 전 세계로 확산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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