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사람들은 ‘새대가리’니 ‘닭대가리’니 하며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한다. 영어에도 ‘bird brain’라는 단어가 있다. 너무 비인간적이고 인간 혐오적인 용어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새가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둔하지도 않다. 오히려 새가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아둔한 것이다. 사람들은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라고 건망증이 있는 사람에게 말하지만 알고 보면 잘못된 것이다. 까마귀는 사람으로 말하면 5살 정도의 아이, 동물로 치면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 ‘깃털 달린 유인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20년 교통사고 당할 뻔한 고슴도치를 구했다는 까마귀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언론사들은 길 한복판에 멈춰선 고슴도치가 까마귀 덕에 목숨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차도에 웅크린 고슴도치 한 마리에게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왔고, 고슴도치를 부리로 쪼아댔다. 그러자 고슴도치가 발걸음을 옮겼고 결국 도로 옆 수풀로 무사히 몸을 피했다. 북유럽에서 촬영된 영상인데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까마귀가 고슴도치를 잡아먹기 위해 수를 쓴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까마귀가 고슴도치와 장난을 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정말로 까마귀가 고슴도치를 구했는지도 모른다. 까마귀는 정말로 영리하기 때문이다.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막대기를 사용하여 나무속에 숨어 있는 애벌레를 꺼내 먹는다.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였다는 말은 옛날이야기이다. 까마귀는 응용능력도 있다. 기다란 통에 아주 작은 그릇을 넣고 그 안에 먹이를 놓고 실험을 하였다. 그 옆에는 갈고리 같은 막대기를 놓았다. 까마귀는 갈고리를 넣어 그릇을 꺼내 먹이를 먹었다. 철사를 주었더니 부리로 철사를 구부려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먹이를 꺼내 먹었다. 야생동물 중 가장 똑똑하다는 침팬지도 갈고리를 만들 수는 없다. 이 정도는 약과다. 우리나라 얘기는 아니지만 도시에 사는 까마귀들은 횡단보도에 딱딱한 견과류를 떨어뜨려 차바퀴에 껍데기가 깨뜨리는 것이 관찰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부리로 신호등 버튼을 눌러 자동차가 멈추고 나서 껍데기가 깨진 견과류를 먹는다. 이런 행동은 여러 도시에서 관찰되었다고 한다. 웬만한 아이도 힘든 행동이다. 까마귀는 침팬지나 오랑우탄과 같은 영장류와 비슷한 지능을 보인다. 사람이 키운 까마귀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이지만 높은 지능이 있음은 확실하다.
까마귀는 ‘0’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게다가 까마귀는 교육을 시키면 배우는 학습능력도 있다. 까마귀를 훈련시켰더니 넷까지 수를 셌다. 까마귀도 인간의 아기처럼 숫자와 그 값을 연관 짓는 법을 배울 수 있고, 그에 따라 큰 소리로 세는 법도 배울 수 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l0984
박새는 포식자의 크기에 맞춰 다른 경고 소리를 낸다. 작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디’라는 소리를 많이 냈고, 큰 포식자가 나타나면 적게 낸다. 이렇게 박새가 소리를 조절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참고한 연구결과이다.
까마귀 같은 새는 공룡으로부터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고 약 1~2억 년 전 지구상에 나타났다. 공룡과 새는 전혀 닮은 면이 없지만 새는 분명 공룡의 후손이다. 실제로 2015년 날개가 있는 공룡이 발견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말이 공룡이지 무게는 4백 그램도 안 된다. 이 작은 공룡이 하늘을 나는 척추동물의 진화과정에 있었던 동물인 것으로 추정한다. 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마도 공룡과 비슷한 느낌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