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으로 몰아넣는 부모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하고 있는 글입니다.
인간은 놀이를 재미로 하는 동물이다. 어떤 행동을 놀이로 간주하려면 생존에 즉각적인 관련이 없어야 하며, 자발적이고 의도적이어야 한다. 먹고살려는 목적으로 한다면 놀이가 아니라 직업이다. 인간만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두뇌가 큰 포유류나 새, 파충류, 어류, 무척추동물 중에서는 문어와 벌도 놀이를 한다. 고릴라는 나무 덩굴에 매달려 논다. 쥐는 미로에서 숨바꼭질한다. 개나 고양이 심지어는 새도 재미있게 놀 줄 안다. 심지어는 파리도 논다. 노랑초파리들이 회전목마를 즐긴다는 증거를 관찰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미심쩍은 면은 좀 있지만 최초의 사례이다. 뒤영벌이 나무 공을 굴리며 노는 것도 확인되었다. 곤충은 감정이 없는 생물이라는 전통적인 사고와는 전혀 맞지 않는 증거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다 알 듯이 대부분의 고양이는 훈련을 받지 않아도 공을 굴리고 물건을 가져오는 놀이를 한다. 고양이는 털실 뭉치를 갖고 놀 대도 일정한 크기 이하의 것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특징을 보인다. 종마다 갖고 노는 대상과 방식이 다르다. 어떤 고양이는 주인 옆에 ‘장난감’을 떨어뜨리고, 어떤 고양이는 주인이 물건을 던졌을 때 주인에게 갖다 준다. 놀이를 하는 동물은 어느 정도 지능이 높아야 가능하다. 이런 고양이가 오랜 세월 자연선택 되어 살아남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놀이는 지능개발에 좋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놀이를 하면서 느끼는 재미는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뇌신경 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한다. 게임을 하면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사실은 일찍이 1998년 과학계에서 밝혀냈다. 게임을 하면 도파민이 30~50% 증가한다. 물론 음식을 먹을 때에도 도파민 분비가 50% 증가하며, 성행위를 할 때는 최대 100%까지 증가한다. 마약류는 300% 이상, 메스암페타민을 사용하면 약 1000% 이상 늘어난다. 게임은 놀이로서 정신건강과 지능개발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 문제는 중독이다.
게임은 취미 활동 중 하나로 세계적인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거대한 문화 산업의 한 축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콘텐츠 수출액의 약 70%를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아이들의 놀이의 중심은 게임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만장일치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인정하여 정식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게임에 중독되면 실제 뇌 인지 기능과 감정 처리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국내에서도 2025년까지 질병 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 예정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에 몰두하면 도파민이 계속 분비된다. 이 자극이 계속되면 충동을 자제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게임에 중독된다. 청소년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것은 학교생활이 어렵거나 입시 등으로 갈등을 겪으면서 정서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서가 많다. 문제는 게임중독은 마약중독 같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일반 게임중독에 빠지면 입시는 물론 삶 자체를 파괴한다. 게임을 못하게 하면 더욱 열심히 한다. 게임을 대체할 놀이를 아이에게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2024년부터 학교에서 휴대전화,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모바일 기기 사용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휴대전화가 교육에 나쁘므로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은 교육부와 학교, 관련 단체 간 합의에 의한 결과이다. 핀란드 역시 수업 중 휴대전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유럽과 미국 사립학교 등이 앞서서 추진하는 추세이다. 얼마나 심각하면 국가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이런 결정을 했을지 대부분 이해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렇다.
북유럽 등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당연하다. 과학자와 교육학자들이 끊임없는 경고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PC를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사용한 학생들은 시험 성적이 평균 5%가 떨어지고, 주위 학생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그 예이다. 심지어는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지 않고 옆에 놓아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로 확인하였다. 스마트폰 등을 물리적으로 격리시키는 것이 필연적인 것이다.
게다가 “이 메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자꾸 들여다보는 것은 뇌(신경세포)가 중독되었음을 암시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청소년기에 인터넷에 중독되면 뇌에 치명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의 뇌 상태는 약물 중독, 도박 중독과 유사하다. 인터넷 중독 진단을 받은 청소년들은 주의력, 의사결정 능력 그리고 충동 제어 능력 등이 필요한 활동에 참여했을 때 협업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미국 41개 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강한 중독성으로 10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이다. 청소년이 소셜미디어에 오래 머무르고 반복적으로 이용하도록 설계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알고리즘과 알림 설정, 무한 스크롤, ‘좋아요’ 및 사진을 보정하는 포토 필터 등으로 10대 아이들의 우울증, 불안, 불면증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이 많다. 필자도 그렇다. 부모들의 고민은 한결 같다. “우리 애는 어렸을 때는 책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게임밖에 안 해요.”라는 고민이다.
https://journals.plos.org/mentalhealth/article?id=10.1371/journal.pmen.0000022
우리나라 청소년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5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대부분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 인터넷 게임과 함께 자란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80%가 넘는 청소년이 게임을 한다. 게임을 한번 하면 40%가 넘는 청소년이 8시간 이상 하고 60% 넘는 청소년이 게임방송을 거의 매일 시청한다. 입시로 시달리면서 제대로 놀 시간이 없는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모이면 PC방 가서 게임을 하는 것 외엔 달리 할 일이 없다. 청소년이 게임으로 친구를 만나는 것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급증한다.
2016년 1월 26일「PD저널」의 기사를 보면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잘 보여 준다. 방학을 맞은 한 중학생의 하루 일과를 소개한 기사이다. 기상 시간은 아침 11시,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 오후에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약속을 정한다. 밤에는 온라인 게임을 한다. 자정이 되면 게임은 차단되지만, 스마트폰은 꺼지지 않는다. 새벽 네다섯 시에 다시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 곯아떨어진다. 잠에서 깨어 보면 오전 11시이다. 여학생들도 새벽까지 스마트폰 채팅을 한다. 친구들이 말을 걸어오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 같이 늦게 자게 된다.
하지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고 왕따도 당할 수 있다는 아이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다. 사 주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문제를 놓고 부부싸움이 벌어지는 가정도 부지기수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이다. 아이들의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둘째 치고 게임에 중독되어 헤어나지 못 하는 아이들도 많다.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고 게임을 하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 아무리 못 하게 잔소리 해보아야 소용없다. 아이들은 잠자리에서 자지도 않고 시간만 되면 그것에 매달린다.
누구의 책임일까?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학원을 전전하며 입시에 시달린다. 운동은커녕 잠 자는 시간도 부족해지면서 게임과 스마트폰이 ‘놀이’가 되었다. 10대 청소년의 절반은 일주일에 30분도 운동하지 않는다. 70대 노인보다도 운동을 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 청소년은 운동 부족이 가장 심각한 나라이다. 청소년의 운동부족 비율은 95%가 넘는다. 2016년 우리나라 고3 남학생의 평균 키는 173.5cm로 10년 전 174.0㎝보다 0.5㎝ 작아졌고, 고3 여학생 역시 160.9cm로 10년 전 161.1cm보다 0.2cm 줄었다. 고등학생의 경우 1년에 1cm도 채 자라지 못했다. 운동ㆍ수면 부족과 영향 불균형 등을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독한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고단한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일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학원과 사교육으로 밀어 넣으면 넣을수록 스마트폰 등에 중독된다. 아이들은 학원과 입시공부만을 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들은 부모가 잘 때나 밖에서 더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뜻과는 관계없이 반 강제적으로 비자발적으로 학원과 입시에 몰아넣어보라. 공부를 잘할 리도 없다. 자발적으로 의욕을 가지고 덤벼도 공부는 쉽지 않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좀 더 과학자나 교육전문가의 의견을 공부하기를 바란다. 학원과 주변사람들의 말을 제발 듣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