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한 책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하는 글입니다.
해마(海馬, hippocampus)는 1㎝ 정도의 지름과 5㎝ 정도의 길이로 바다에 사는 해마를 닮은 부위이다. 기억은 뇌의 신경세포 간 시냅스(synapse)에 의해서 저장되고, 해마는 정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지지 않아 새로운 기억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에 형성된 기억은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은 보존된다. 새로운 기억이 생기지 않으면 매일 자고 나면 옛날 기억만 있어 시간이 흐르지 않고 과거에 머무른다.
또한, 해마는 일시적으로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장기기억은 대뇌 피질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모든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남지는 않는다. 해마와 대뇌 피질에서 이루어지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에 잠의 비밀이 있다.
수면은 뇌의 해마와 특히 관련성이 있다. 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는 몇 가지가 알려져 있다. 그중 첫 번째 이유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기억을 정리하는 것이다. 해마는 기억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다가 필요한 기억을 대뇌 신피질로 보낸다. 이렇게 기억을 분류하여 보내는 데는 6시간 정도 걸린다. 최소한 여섯 시간을 자지 못 하면 해마는 기억을 분류하여 저장하지 못 하게 된다. 잠을 줄여 가면서 공부해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과학적인 근거이다. 과학계에서 주장하는 수면의 최소기준이 나이와 관계없이 7시간 이상인 것도 이점과 관련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수면부족을 겪으면 충분히 자더라도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쥐’ 실험 결과). 해마 속에서 생기는 ‘급격한’ 모양의 뇌파(sharp waves and ripples, SWR)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이 뇌파의 진폭은 작고, 힘이 낮아진다. 즉 수면이 부족하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만들어주는 해마의 활동에 이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진다. 이후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정상적으로 수면을 취한 쥐들만큼 회복하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기억에 대하여 심각한 오해를 한다. 잠을 줄여가면서 많은 시간을 공부하여 많은 것을 빠지지 않고 기억하면 학습을 잘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인간은 컴퓨터 같은 ‘기계’가 아니라 생명이며 유기체이다. 이점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지적 능력이 제대로 형성되려면 기억과 망각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지식을 체계화하려면 핵심적인 것을 파악하여 기억하고 불필요한 것은 잊어버리거나 정리하여야 한다. 기억과 ‘능동적’ 망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레인맨」같은 영화에 나오는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기계적으로 암기를 한다. 자폐증 환자는 유전자가 망각을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과잉 기억에 시달린다. 지나치게 많은 학습은 수면부족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학습효과를 크게 떨어뜨린다. 이것이 과학이 말하는 수면과 휴식의 중요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