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비만 25초 영화제’가 열렸다. 비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비만이 ‘사회적’ 질병임을 알리기 위해 주최한 영화제의 주제는 ‘가족의 비만’이다. 이창범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비만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관심과 응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에 출품한 ‘제로 투 마이너스(Zero to MINUS)’와 ‘지켜야만 한다.’가 일반부 공동대상을 차지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이를 함께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짧지만 재밌게 그려냈다(유투브에서 볼 수 있다.). 배가 나온 아버지가 치킨이나 컵라면을 먹을 때마다 딸이 “아빠! 나 한 입만”하며 다 먹는다. 아빠는 딸에게 “넌 왜 이렇게 뺏어 먹어?”라고 화낸다. 딸은 “아빠가 내 옆에서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어.”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수상자들에겐 총 3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미국에서 아동 8명 가운데 1명은 유치원에 들어갈 때부터 비만이며, 초등학교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만 아동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 외에도 17%는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또래의 평균치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5세 아동은 초등학교 재학 중에 비만이 될 가능성이 4배나 높다. 5세 이전부터 비만을 예방하여야 한다. 즉 가정생활에서부터 비만예방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비만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와 가족이 비만을 유발하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자녀들도 비만이 된다. 좋은 음식을 규칙적으로 가족이 함께 먹고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가공식품은 가족 식단에서 제거시켜야 한다.
가족 중에 비만인 사람이 있다면 가족이 모두 도와주어야 한다. 비만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만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가족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우울증에 걸렸다고 그 사람을 탓하지 않듯이 비만도 환자가 혼자 해결해야 하는 ‘질병’도 비난의 대상도 아니다. 비만에 대한 비난이나 냉대가 아니라 질병예방과 건강을 위한 것임을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 간에 공유하여야 한다. 당사자도 마음을 열고 열린 마음으로 가족이나 친구의 도움을 받는 자세도 필요하다. 비만도 ‘치료’를 받아야 하며 의사와 상담하고 가족이 물심양면으로 관심을 갖고 사랑의 마음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특히 30대부터는 각종 성인병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각종 성인병이 이 시기에 발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만이 심한 사람은 이 때부터 강력한 의지로 체중조절을 하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훼방꾼’ 1위는 가족이나 친구, 배우자와 연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많다. 종종 ‘사랑’의 마음으로 먹을 것을 권한다. 살이 찌면 좀 어때 하며 ‘응원’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해가 되며 공감도 된다. 하지만 비만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암 발생위험, 당뇨병이나 고혈압, 그리고 정신적인 질병 발병위험을 생각하면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본인도 힘들고 가족들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현실’을 냉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비만은 세계보건기구가 고치기 힘든 질병으로 등록했다. 고치기 정말 어려운 질병임을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른다. 비만으로 인한 고통은 사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주변 사람들도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고통이 따르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질병을 치료하려면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오히려 친구들과 가족들과의 대화와 지원이 큰 도음이 될 있다. 체중 감량을 시작했다고 주위에 알리면 도중에 그만두는 게 쉽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 뿐 아니라 외부의 많은 사람들이 보는 SNS 등에 외모가 변하는 사진까지 올리면 더욱 그렇다. 혼자서 하는 다이어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이라면 동료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회식 때 미리 싸온 도시락을 먹어도 유난 떤다고 흉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어트의 방해가 되는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 ‘먹방’이다. 먹방은 비만을 유발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화려한 음식과 맛있게 먹는 영상에 노출되면 보기만 해도 시각적으로 허기를 느끼고 식탐이 생기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먹방’을 시청하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매주 1차례 이상 시청한 남학생의 경우 비만해질 위험이 시청하지 않은 남학생과 비교해 2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먹방 시청에 더해 습관적으로 흡연과 음주, 가공식품 섭취를 하는 남학생은 비만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여학생의 비만 위험도는 0.9%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그래도 비만 위험은 높다. 2020년 인터넷방송 진행자이자 초고도비만인 빅현배가 먹방 도중 기절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쉴 새 없이 보쌈을 싸 먹다가 목에 뭐가 걸린 듯 바닥에 쓰러졌다. 먹방이 문제가 있자 적게 먹는 ‘소식’을 주제로 한 먹방도 나타났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응원하고 더 나아가 목표를 달성하면 축하해주고 상금을 주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유치해보이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다이어트를 하면 누구나 더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하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응원문자를 보내고 상금을 받기로 한 사람은 1년간 체중을 5% 감량했다. 응원 문자만 받은 사람은 평균 3%, 체중감소만 요청받은 사람은 평균 1%의 체중감소만 가록했고 심지어는 살이 더 찌는 경우도 꽤 있다 ‘넌 할 수 있어’ 같은 응원은 설령 유전적으로 비만체질인 경우에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는 가짜 약을 줬는데도 병이 낫는 것을 말한다. 유전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도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난다. 유전적으로 비만 확률이 낮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은 식사 후 분비된 소화 호르몬(fullness hormone)이 2.5배나 증가했다는 연구가 그것이다. 소화호르몬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사를 멈추게 한다. 반대로 유전적으로 비만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 식사 후 소화호르몬 수치에 변화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었다. 유전적으로 운동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도 폐활량이 감소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효율이 떨어졌고 운동을 하면서 오래 달리는 것을 더 힘들어 했다. 물론 자신의 유전 정보를 안다고 유전자가 자연적으로 바뀔 수는 없지만 심리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는 그 사람이 사는 생활환경이나 삶에 대한 태도에 따라 그 스위치가 켜지기도 하고 꺼지기도 한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공유하고 격려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음식의 유혹이나, 운동하기 싫은 것은 혼자서는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가 자주 인용한 아프리카 속담이다. 친구나 가족의 응원은 도움을 준다. 본인 스스로도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상의하고 도움을 받는 것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