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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 100배를 나는 나비


검은꼬리누(Wildebeest)는 건조한 시기에 세렝게티 평원을 가로질러 물과 먹이를 찾아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이들의 대소변 등은 식물의 영양분이 된다.


흰기러기(Snow goose)는 북아메리카나 시베리아 북동부의 툰드라 지대에서 주로 번식한다. 흰기러기는 추운 겨울이 되면 미국 캘리포니아나 멕시코 만 일대로 내려와 지내다가 계절이 바뀌면 다시 북쪽으로 날아간다. 이들 역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서 이동하는 도중에 먹고 남은 씨앗이나 영양분이 포함된 배설물 등을 아래로 뿌림으로써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먼 거리 이동을 하는 곤충들 중의 하나인 작은멋쟁이나비(Vanessa cardui)가 쉬지 않고 대서양을 건너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까지 이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작은멋쟁이나비가 5~8일간 4184km를 이동해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 북동 해안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까지 이동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인간이 하는 마라톤 경기의 100배 거리이고, 시속 30km로 100m 육상선수 속도로 이동했다. 곤충의 이동을 분석하는 것은 생태학이나 질병학적 의미가 있다. 곤충은 꽃가루, 곰팡이, 심지어 식물 질병까지 먼 거리까지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9079-2


된장잠자리(Wandering glider dragonfly)는 ‘방랑하는 글라이더’라는 영문 이름이 붙은 것은 멀리 이동하는 습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잠자리로, 단일 종으로서 중위도에서부터 열대 지방에까지 분포한다. 잠자리는 민물에서만 번식하는데 된장잠자리는 섬이나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서도 발견된다. 몸에 위치추적 장치를 달기도 불가능해서 정확한 이동 매커니즘을 밝혀내기 어렵다. 산호섬으로 표면에 담수가 없는 몰디브에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된장잠자리 떼가 몰려든다. 인도에서 출발하여 아프리카로 향하는 먼 여정에 인도로부터 600km 이상 떨어진 몰디브 섬에 잠시 들른 것이다. 된장잠자리는 인도에서 아프리카 동남부 해안에 이르는 먼 거리를 인도양을 건너서 이동한다. 왕복 1만 6천 킬로미터 정도를 비행하여 인도로 귀환하는 데에는 4세대가 걸린다. 인도에서 아프리카까지 물을 배달하는 몬순의 폭풍우를 따라 이동하면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물웅덩이 등에서 여행 중에 빠르게 번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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