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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세상의 틈새에 사는 인간


미생물과 관련하여 또 하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이 지구상의 ‘다수’ 종이 아니라는 점이다. 탄소량을 기준으로 지구에 있는 생물의 총량은 5500억t이고 그중 식물이 82%인 4500억t, 박테리아가 700억t(13%), 동물은 20억t(0.44%)이며, 인간 76억 명은 6000만t(0.01%)을 차지한다. 인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1%는커녕 0.1%도 안 된다. 질량을 기준으로 하면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은 지구상 모든 생물 중 거의 반을 차지한다. 인류가 모르는 바이러스의 숫자가 수조 단위는 될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땅속에 있는 박테리아를 모두 꺼내서 지구의 전체 지표를 덮으면 그 높이가 1.5미터는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표면에 살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생물이 땅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지상에서 8~15km 떨어져 있는 대기에도 수많은 미생물이 산다. 수십억 개체의 미생물이 대기 중에서 살아 있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2022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 9개를 포함하여 132,000개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 몸의 세포가 약 30조 개인데 우리 몸에는 미생물이 39조 개 정도 살고 있다. 우리가 인간인지 미생물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많은 미생물이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다. 우리 몸에서 미생물이 가장 많은 곳은 대장이지만 우리 입속에는 가장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다. 미생물을 피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이다. 우리 몸이 미생물이고 우리 입속에 미생물이 그렇게 많은 피할 것은 우리 자신이다. 지구는 수도 없이 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생태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계’가 아니라 ‘생명들’의 생태계이다.


미생물이 지구상에 가장 많이 살뿐만 아니라 미생물은 인간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상시에 사람들은 상상조차 못하지만 미생물이 없다면 인간은 지구상에서 살 수가 없었다. 단 몇 분만 없어도 우리가 살 수 없는 산소도 수십억 년 전 미생물이 만들었다. 미생물이 산소를 만들지 못했다면 생명도 지금처럼 진화할 수도 없었고 인간도 나타나지 못했다. 또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겠지만 생물의 시체를 미생물이 분해하지 않으면 지구는 시체들이 나뒹구는 지옥 같이 끔찍한 곳이다. 동물과 인간이 죽으면 미생물이 분해하여 ‘땅’으로 돌려보낸다. 지구의 육지 면적은 약 1억 5천만㎢,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았던 인간은 1천억 명이다. 만일 미생물이 없었다면 세상은 1㎢마다 667명의 인간 시체가 나뒹구는 끔직한 곳이 된다. 반려견이 인간이 만든 깨끗한 집에서 살고 인간이 주는 음식을 먹듯이 인간도 미생물이 깨끗하게 정리한 지구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미생물은 인간에게 또한 치명적이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고 인류의 삶은 혼란에 빠졌다. 백신을 개발하였지만 비웃듯이 변이를 일으키며 계속 번졌다. 자연과 생명은 생존 경쟁하며 아귀다툼 하며 살아가지만 상호작용하며 공존하는 생태계를 이루고 산다. 자연은 인간에게 아름답게 보이지만 죽고 죽이는,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의 전쟁터이다. 인간이나 미생물이나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진화하여 나타난 생명체이다. 생명체로서 살기 위하여 먹어서 에너지를 흡수하고 배설하고 아이를 낳고 죽는 것은 똑같다. 예외는 없다. 지구상에 나타났던 생명체의 90% 이상이 멸종되었듯이 인간이라는 ‘종’도 언젠가는 소멸한다. 그것이 생명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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