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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견의 뇌 변화 속도와 보더콜리의 지능


기원전 45년 경 키케로는 “개는 네 발을 가진 인간의 친구이며 오직 인간을 위해 탄생한 자연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개가 인간을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개를 인간을 위해 ‘개량’한 것이 맞는 말이다. 개는 인간과 함께 공생하는 동물이며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1년 숙명여대 문과대를 수석 졸업한 김경민 씨는 졸업식에 개와 함께 단상에 올랐다. “만일 맹인견이 없었다면 수석 영광은 없었을 거예요.” 안내 견을 만난 것은 2007년이다. 


반려 견도 인간과 함께 살면서 변이가 많이 발생하여 종에 따라 뇌가 다르다. 오랜 기간 경찰견으로 개량된 도베르만은 시각 및 후각과 관련한 뇌가 발달 돼 있다. 투견으로 개량된 개는 두려움과 스트레스, 불안 등과 연관된 부위가 덜 발달 돼 있다. 사냥개는 시각을 주로 이용해 사냥을 하는 종도 있고, 주로 후각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냥개는 이미 사냥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오랜 기간 개의 품종을 변화시키면서 개의 뇌 구조가 바뀐 것이다. 인간이 동물을 길들이면서 뇌 구조를 변화시키고 진화시킨 셈이다. 


보더콜리는 양치기 개로 유명하며 인간 아이의 지능을 가졌다고 알려진다. 체이서(Chaser, 2004~2019)라는 보더콜리는 1,022개의 장난감을 식별하고 검색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여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보통 보더콜리도 이름을 몇 년간이나 기억할 수 있다. 다섯 명의 주인이 보도콜리에게 최대 12개 장난감의 이름을 가르치고 2년간 장난감을 치워 보지 못하게 한 후 실험을 하였다. 다시 장난감을 가져다 놓고 특정 장난감을 가져오라고 시켰더니 평균 44%의 확률로 정확히 가져왔다. 60%까지 맞힌 보더콜리도 있었다. 5마리 가운데 4마리가 3~9개의 장난감 이름을 기억하였다. 반려견과 교감을 많이 한 경우 더 잘했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bl.2024.0208


인간이 개를 가축화한 것이 몇 만 년밖에 안 되었음에도 같은 종의 동물이 이렇게도 달라졌다. 진화론에 의하면 유전자의 변화는 이런 기간에는 불가능하며 뇌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인간도 짧은 기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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