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은 ‘자연 선택’의 결과가 드러나려면 인간의 생애를 뛰어넘는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물론 새로운 종이 나타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당한 변이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도 가능하다. 단기간에 진화한 사례들이 많이 발견된다. 주로 인간이 그런 진화를 유발시켰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났다. 원전 인근 30㎞는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여기에서 살던 청개구리는 밝은 초록 빛깔을 띠며 짙은 빛깔은 드문데 지금은 검은 색이 많다. 원전폭발로 배출된 방사성 물질은 생물에 해로운 방사선을 내쏘면서 검은 색 청개구리가 자연선택된 것이다. 짙은 색 청개구리일수록 피부에 많이 든 멜라닌 색소가 방사선의 영향을 막아주었다. 수십 년 만에 검은 청개구리가 많아진 것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 고전적 사례이다. 멜라닌의 보호를 받는 검은 청개구리의 생존율과 번식률이 높아졌고 맑은 색은 점차 도태되었다. 열 세대 이상이 지나면서 검은 개구리는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의 지배적 형질로 자리 잡았다. 과거 수십억 년 동안 소행성충돌, 화산폭발 등으로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을지 추측해볼 수 있다. 생명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도 진화의 방향을 바꾸어 놓고 있다. 미국 뉴욕의 뉴어크만(Newark Bay) 북서쪽은 화학 공장이 즐비하고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오염이 심각한 물속에 대서양 열대송사리(Atlantic Killifish)가 우글거린다. 동부 해안지대에서 많이 사는 은빛 송사릿과 물고기이다. 오염이 덜 된 환경에서 사는 동종의 물고기는 뉴어크만 수준의 다이옥신에 노출될 경우 대부분 번식에 실패하거나 알에서 부화하기도 전에 죽어버린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물고기는 유전자가 다르다. 환경오염에 대한 면역력은 유전자 변이로 생겼다. 송사리의 독성 저항 능력은 유전자의 다양성 때문이다. 환경이 변화하자 그 환경에 맞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송사리가 살아남은 것이다. 이러한 진화를 ‘도시 진화’라고 한다. 진화는 자연선택의 결과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살아남은 자가 자연선택인 것이다.
대장균 같은 박테리아의 경우 항생제에 노출되는 등의 환경 변화에 대응해 불과 몇 년 만에 진화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똑같은 박테리아가 실험실에서 배양될 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DNA에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미생물은 유전체 크기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진화해 대사 효율을 높이고 개체수를 효율적으로 늘려가기도 한다.
수억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바퀴벌레는 생존력이 대단하다. 공룡이 멸종했던 소행성충동 시기에 살아남았고, 수많은 빙하기에도 버텨냈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바퀴벌레는 독일바퀴벌레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보인다. 암컷 독일바퀴(Deutsche Schabe)는 페로몬을 분비하여 수컷을 유인하여 생식한다. 암컷에 다가온 수컷은 달콤한 분비물을 배출하면 암컷은 이를 먹으려고 수컷의 등 위로 올라가면 수컷은 생식기를 암컷에 삽입한다. 최대 90분 동안 암컷과 붙어 정자를 암컷 몸 안으로 넣는다. 그러나 지금은 3초 만에 교미가 끝난다. 단맛을 좋아하는 점을 이용하여 살충제에 단맛을 가미하여 만들었다. 단맛을 좋아하는 독일바퀴는 살충제에 의해 죽었고, 일부 단맛을 싫어하는 개체들이 살아남았다. 암컷들이 단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수컷은 교미를 할 수 없다. 암컷이 맛보고 도망가기까지 걸리는 3초 안에 교미를 끝낸 개체가 번식을 성공했다. 생명계에서 어떤 개체가 살아남을지는 매우 우연적이다. 어떤 특성이 우월할지는 환경이 결정하는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2003-022-034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