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는 살기 위하여 생존경쟁을 하지만 기생과 공생관계도 유지한다. 우리 몸의 장내미생물도 인간과 공생관계이다. 사람과 가축이나 작물의 관계도 공생관계이다. 엄격한 의미로는 일방적인 관계로 사실 잔인하다. 인간이 소에게 먹이를 주고 보호해주고 우유를 얻는 것처럼 개미는 진딧물을 보호해주고 영양분이 풍부한 체액을 얻는다. 사람이 작물을 재배하듯이 버섯을 재배하는 개미도 있다.
생선이라고 불리는 어류는 인간이 먹이 감이다. 회로도 먹고 구이와 찌개로도 먹는다. 그러나 물고기는 그렇게 ‘미물’이 아니다. 물고기도 정교한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기억력도 좋고, 놀이행위와 도구사용도 하며, 협동하여 사냥하는 행동이 보고됐다.
물고기는 다른 종과도 협력하여 사냥을 한다. 지능이 뛰어난 문어는 혼자 사는 동물이지만 사냥할 때 고트피쉬(goatfish)나 참바리(grouper) 같은 물고기와 무리 지어 다니며 먹이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문어가 사냥할 때 물고기가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문어와 물고기들이 함께 먹이를 사냥할 때 기존 예측과 달리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기역할을 정해 사냥한다. 물고기들은 탐색하는 역할을 해 이동 경로를 찾아내고 문어는 이동 여부나 시기를 결정해 주도적으로 사냥한다. 종이 다른 동물들 간에 무리 사냥은 동물계에서 극히 드문 현상이다. 인간도 사냥을 할 때 사냥개나 매를 이용한다. 물고기도 지능이 있는 존재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24-02525-2
물고기도 다른 동물과 협력하여 ‘농사’를 짓는다. 열대 산호초에서 서식하는 한 물고기(Longfin damselfish)는 자신이 먹을 해조류를 키워서 농부 물고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 물고기는 자신이 관리하는 ‘해조류 농장’에 다른 물고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지만 보리새우(mysid shrimp)의 접근은 막지 않고 같이 산다. 보리새우의 배설물은 해조류에게 비료가 되고 물고기는 보리새우를 보호한다. 보리새우를 사냥하는 포식자로부터 보호한다. 다른 동물과 공생관계를 하는 경우는 곤충에서는 종종 발견되지만, 이 물고기는 인간 이외의 척추동물에서는 처음 알려진 것이다. 물고기와 새우 모두 서로가 공생관계로 길들여진 셈이다.
문어가 놀라운 지능이 있음이 밝혀졌듯이 어류도 지능이 꽤 높다. 인간과 가까운 종인 원숭이나 침팬지를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지능이 높고 인간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어디까지 단순한 ‘먹이’로 생각할지는 모호하다. ‘개’를 먹는 것에는 그렇게 반대하지만 개만큼 머리가 좋은 돼지는 별 생각 없이 먹는다. 분명한 것은 생명이 생명을 먹는 것이 자연계라는 사실이다. 자연은 보기에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실상은 생존경쟁과 살육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