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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직업: 농사꾼, 의사, 건축가

중생대(Mesozoic era)는 약 2억4500만~6500만 년 전의 시기로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구분된다. 중생대에 최초의 사회성 동물인 개미와 벌 등이 출현하였다. 개미는 공룡의 먹이가 되기도 하였다. 공룡은 나중에 새로 진화했는데 공룡과 새의 중간단계인 고리 공룡(alvarezsaurs)은 약 9천500만 년 전 크기가 약 5㎏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렇게 작아진 공룡은 개미 같은 곤충을 잡아먹었을 것이라는 추정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개미를 잡아먹으면서 칠면조나 타조에서 닭 크기로 몸집이 작아졌다. 몸집이 급격하게 작아지면서 앞발의 발톱도 하나만 남아 흰개미 집에 구멍을 뚫는데 유리하게 바뀐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백악기에는 꽃식물이 확산하며 개미를 비롯한 새로운 곤충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개미 덕분에 우리는 새를 보고 닭고기도 먹게 된 셈이다. 개미를 보고 새를 연상할 수 있다면 역사를 수억 년까지 통찰하는 것이다.


사회성 동물인 인간은 농업을 수천 또는 수만 년 전에 시작했다. 인간과 같이 사회성 동물인 개미는 인간보다 수천만 년 전에 농사를 시작했다. 개미는 6600만 년 전부터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소행성 충돌로 대멸종이 일어났던 시기에 많은 식물과 동물들이 멸종했다. 식물의 잔해를 분해하는 곰팡이들이 급격히 번성하면서 개미들의 새로운 식량원이 됐고, 이때부터 개미들이 곰팡이를 체계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약 4000만년이 지난 2200만 년 전 잎꾼개미처럼 ‘고등’ 농업 방식으로 발전했다. 당시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은 점차 목지와 초원으로 바뀌어 곰팡이를 건조한 서식지에서 재배했다. 곰팡이는 개미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됐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n7179


개미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여 농업을 시작한 것이다. 인간이 농업을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로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한 결과이다. 생명은 환경의 종속변수이다. 인간은 지구상의 한 티끌 같은 존재이다. 지구는 태양의 ‘백만분의 1’ 크기이다. 태양은 천억 개 정도의 우이 은하 별 중의 하나이다. 우주에는 1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다. 우주에서 인간은 존재감이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업은 인간이 처음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1억 년 전부터 농사를 짓는다. 잎꾼개미 같은 종은 자신의 집 안에서 버섯을 재배한다. 아메리카 대륙과 카리브 해 지역에 사는 개미 중 약 250종이 곰팡이 농사를 짓는다. 예를 들어 잎꾼개미는 신선한 잎을 잘라 곰팡이에게 먹이고, 곰팡이는 균사가 부푼 공길리디아라고 하는 일종의 버섯을 만든다. 공길리디아는 개미의 먹이가 되고, 또 다시 개미는 곰팡이에게 식물을 공급한다. 이 방식은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대형 개미 집단을 살린다. 이들은 나무 잎을 뜯어 와서 작은 조각으로 잘라 버섯을 키운다. 버섯농사도 하는 일에 따라 분업이 잘되어 있다. 가장 큰 일개미는 줄기를 자르고, 작은 일개미는 잎을 씹으며, 가장 작은 개미는 버섯을 가꾼다.


농사뿐만 아니라 사냥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개미도 있다. 이들에게는 의사직업도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에 널리 퍼져있는 마타벨레 개미(Megaponera analis)는 흰개미만 잡아먹는다. 흰개미의 병정개미는 아래턱뼈가 매우 강해 사냥할 때 마타벨레 개미들이 상처를 입는다. 상처가 세균에 감염되면 이를 확인한 동료 개미가 가슴 측면에 있는 후늑막분비선(metapleural gland)에서 항생물질을 분비해 상처에 발라 치료한다. 이 개미는 넷플릭스 자연다큐멘터리「지구 위의 생명(Life on Our Planet)」중 ‘거대 생명체의 그늘에서(In the Shadow of Giants)’에 나온다.


개미는 교량건설도 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붉은 불개미는 둥지 한 개에 30만 마리가 서식해 불개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이다. 이들 개미는 땅속 둥지가 홍수로 물에 잠기면 서로를 붙잡아 뗏목을 만들어 몇 주 동안에 걸쳐 물 위를 떠다닌다. 이들 개미의 몸에는 물을 튕겨내는 발수 작용이 있어 미세한 털 사이에는 기포를 모을 수 있다. 그 한 마리, 한 마리가 긴밀하게 연결하면 기포의 크기도 커져 말하자면 거대한 튜브가 되는 것이다. 개미는 이런 기포로 떠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돌아다닌다. 뗏목은 층 구조로 이뤄져 있고, 불개미는 두 집단으로 나뉜다. 하나는 수면 쪽에 밀집해 정지해 있는 집단으로 무리를 수면에 띄우도록 노력한다. 또 하나는 그 위에 있는 집단으로 뗏목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집단 간에 순환이 일어나고 있어 위를 걷는 불개미들은 차례차례, 아래에서 지지하는 개체와 교대하고 있었다. 불개미들은 순환형의 대형에 의해 안정된 부력을 실현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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