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큰 사람이 지능이 높을까

머리가 크면 지능이 높을까


찰스 다윈의 친구 조지 로마네스(George J. Romanes, 1848~1894)는 여자는 남자보다 머리가 작아 지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여자가 남자보다 뇌 크기가 12% 정도 작다. 1888년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성적이 좋은 사람이 성적이 나쁜 학생보다 머리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과거 머리가 크면 지능이 높다고 믿었던 학문이 있었다. 19세기 초의 골상학(Phrenology)이다. 골상학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정당화하였다. 백인 남성을 가장 우월한 인간으로 하고 여성, 동물, 흑인을 가장 하위에 두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인간의 뇌를 크게 만드는 유전자(NOTCH2NLA, NOTCH2NLB, NOTCH2NLC)도 발견되었다. 이것만 보면 머리가 크면 지능이 좋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더 나아가 여자는 머리가 작으니 열등한 존재라고까지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코끼리의 머리는 동물 중에서 가장 크고 인간의 뇌보다 훨씬 크다. 그럼 코끼리는 천재이어야 한다. 동물 가운데 뇌가 가장 큰 것은 향유고래로 뇌 질량이 8.0㎏에 달한다. 범고래 역시 6㎏에 육박한다. 인간은 1.3~1.4㎏, 침팬지가 0.4㎏ 정도이다. 침팬지와 인간을 비교하면 인간의 뇌가 훨씬 크다. 그래서 인간이 더 똑똑하다. 그러나 코끼리를 비교하면 터무니없음이 드러난다. 머리가 크다고 지능이 좋다는 것은 잘못된 결론이다.

동물 뇌의 상대적인 크기가 지능과 관련될까

그래서 뇌의 절대적인 크기보다는 상대적인 크기가 지능을 결정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체중 대비 뇌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율인 대뇌비율 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전체 몸에서 차지하는 뇌의 비율이 2%에 약간 못 미친다. 침팬지는 뇌가 차지하는 비율은 1%가 되지 않는다. 상대적인 뇌 크기를 통해 동물의 문제해결능력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육식 포유동물은 체격에 비해 뇌가 클수록 문제해결능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뇌의 상대적인 크기만으로 지능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덩치를 고려한 상대적인 크기는 나무두더지(tree shrew)의 뇌는 몸 질량의 10%로 가장 크다. 다람쥐는 몸에 비해 머리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머리는 좋지 않다. 동물 간에 뇌의 절대적인 크기나 상대적인 크기만으로는 지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결론은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주장이다. 생명의 진화는 단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뇌의 상대적인 크기가 커진 것이 지능발달만을 위한 진화는 아니다. 예를 들어 박쥐는 몸 크기가 뇌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줄면서 뇌의 상대적 크기가 늘어났다. 그 결과 박쥐는 먹이를 찾는데 필요한 지능을 유지하면서 새처럼 날 수가 있었다. 날기 위하여 몸이 작아지면서 뇌의 상대적인 크기가 커진 것이다. 몸에 비하여 뇌가 커지면서 지능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동물 집단마다 뇌와 몸 크기에 일어나는 변화는 독특하고 개별적이었다. 예를 들어 육식 포유류는 사냥을 위하여 뇌보다는 몸 크기가 커지는 쪽으로 진화하였다. 결국 뇌의 상대적인 크기는 지능과 비례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1년 나온 포유류에 대한 연구결과도 이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억5000만 년 동안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포유류 1400종를 분석한 결과 뇌의 크기의 변화는 다양했다. 포유류의 뇌와 신체 크기는 두 차례의 큰 사건을 거치면서 두드러지게 변했다. 약 66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켰던 소행성 또는 혜성의 충돌과 약 2300만~3300만 년 전 있었던 지구 냉각기가 그렇다. 뇌가 큰 인간, 돌고래, 코끼리 모두 다른 방식으로 뇌와 신체 크기가 변화되었다. 코끼리는 몸 크기가 커지면서 뇌의 크기도 커졌다. 돌고래는 뇌의 크기가 커지는 동안 신체 크기는 줄어들었다. 유인원은 뇌와 신체 크기가 비슷하게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호미닌은 신체 크기가 줄어들면서 뇌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커스를 할 정도로 똑똑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는 신체 크기에 비해 뇌의 크기가 매우 작다. 뇌의 크기가 결정되는 방식이 단순하지 않은 만큼 지능과 직접적인 연결성을 말하기는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지능력을 뇌의 상대적인 크기에 따라 단순하게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7/18/eabe2101


인간 조상의 뇌 진화과정도 이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호모 날레디(Homo naledi)라는 인간 조상은 수십만 년 전에 살았는데 뇌가 아주 작았다. 이들의 뇌는 현대인간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2018년 연구에 의하면 이들은 뇌가 아주 작았지만 호모 하빌리스나 호모 에렉투스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뇌의 크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의 구조와 기능도 지능에 중요함을 의미한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키가 1미터에 불과한 고 인류(Homo floresiensis)는 약 2만 5천여 년 전에 살았던 종이다. 이들의 뇌 크기는 침팬지 수준인 400cc 정도로 우리 인간에 비하면 아주 작다. 그런데도 인간이 만들었던 정교한 화살촉과 돌칼이 함께 발견되었다. 화석을 분석한 결과 대뇌 피질이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하였다. 지능은 뇌의 크기가 아니라 그 구조와 기능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인류의 체구와 뇌 크기는 선사시대 이래로 점점 작아지고 있다. 1만 년 전 80kg 정도이던 몸무게가 지금은 70kg대로 줄었다. 뇌도 크로마뇽인은 1500cc였지만 현대인은 1350cc로 작아졌다. 인간의 뇌가 에너지 사용을 줄면서도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평균을 낼 경우 뇌의 크기와 지능과는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다. 21세기 들어와 약 20년간 이루어진 많은 연구도 뇌가 크면 ‘평균적으로’ 지능도 높다. 2005년 메타분석에 의한 연구도 뇌 용적이 지능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뇌 용량이 클수록 지능지수가 높다는 연구결과는 많지만 증가 폭은 아주 미미하다. 지능지수와 뇌 부피 사이의 상관관계는 대략 R=0.33정도이며, 이는 꽤 약한 편이다. 뇌가 클수록 기억력과 논리력이 좋지만 그 영향도 2%에 불과하다. 2015년 메타분석 논문에서도 뇌 용적과 IQ에는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지 머리가 크다고 해서 인지 능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뇌 크기만이 절대적으로 인지 기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뇌의 해부학적 구조, 유전자, 환경, 인지발달 등이 다각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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