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관한 천동설 신화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의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Barrett) 교수는 2021년 4월 <사이언스 포커스>에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뇌에 관한 신화를 기고했다. 천동설처럼 21세기에도 뇌에 관해서도 신화가 계속되고 있다.

https://www.sciencefocus.com/the-human-body/7-and-a-half-myths-about-your-brain/


이 기고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필자가 아는 대표적인 오류부터 얘기한다. 사람들은 남자는 수학을 잘하지만 여자는 수학에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잘못된 정보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여자가 수학을 못하는 것은 자라온 환경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밝혀졌지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남녀 차별이 심한 곳일수록 여자가 수학을 못하고 남녀 차별이 거의 없는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여자가 남자보다 수학을 잘한다.


또 하나의 오류는 흑인과 남미사람들은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이다. 실제 아프리카의 지능지수 평균은 80 전후이다. 그것만 보면 역시 아프리카 사람들은 머리가 나쁘다. 그래서 못산다. 이렇게 단정 지을 것이다. 과거 인간이 태양이 동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을 보고 태양은 지구를 돈다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여전히 천동설을 유효한 것이다.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지능이 나쁘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것도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머리가 좋다는 우리나라 아이를 아프리카에서 살게 하면 지능이 뚝 떨어진다. 우리나라 사람이 지능이 좋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같은 사람의 지능지수도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는 ‘머릿속’이 처음부터 다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맞는다고 생각하고 정말로 근거가 있는 말인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체로 비과학적이고 반지성적인 것 같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한 때 베스트셀러였다. 그리고 그것은 진실인 것처럼 회자된다. 또 하나의 천동설이다. 좌뇌는 논리적이고 우뇌는 창의적이라는 주장도 그렇다. 남자는 우뇌가 여자는 좌뇌가 발달하고 남자는 분석적이지만 여자는 감성적이라는 천동설도 있다. 또한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는 생각도 천동설이다. 뇌 과학자들은 두뇌의 어떤 부분도 예술, 수학 기능에만 전념하지 않는다고 본다.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과 경험들이 뇌 전체에 분포된 뉴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뇌의 한 부분인 대뇌피질은 두 개의 반구로 구성돼 있지만 둘 다 뇌의 나머지 부분을 구성하는 많은 피질 아랫부분과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2015년 연구에 의하면 남자와 여자는 뇌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남녀차별이 심한 지역의 여자들은 수학을 못한다. 그러나 남녀차별이 거의 없는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여자가 남자보다 수학을 잘한다.


코르티솔(cortisol)은 스트레스 호르몬이고 세로토닌(serotonin)은 행복 호르몬이라는 것도 잘못된 신화이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와는 무관하게 뇌에서 필요할 때 혈류의 포도당량을 증가시켜 세포에 에너지를 제공한다. 코르티솔이 스트레스가 가해진 가운데 분비될 수 있다. 그렇다고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세로토닌도 코르티솔처럼 다양한 기능을 한다. 생성되는 지방의 양을 조절하고, 뇌 속에서는 에너지를 추적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뉴런이 감정이나 인식기능을 할 때 그 정보를 앞뒤로 전달해주는 역할도 한다. 세로토닌은 감정, 식욕, 수면에 영향을 준다. 그렇지만 행복 호르몬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우리 인간의 뇌는 단순하게 조립된 기계가 아니다. 수십억 년의 진화과정을 겪으면서 나타난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유기적 실체이다.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뇌에서 보고 듣고 느낀다. 뇌는 기억을 저장한다고 말하지만 과학적으로 잘못된 말이다. 뇌는 컴퓨터가 파일을 저장하는 것처럼 기억을 저장하지 않는다. 뇌는 전기와 화학물질로 필요에 따라 사람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이를 기억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조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잘못 조립될 경우 엉뚱한 정보가 나온다.


천동설은 앞으로 계속 유효하다. 천동설에 따라 살 것인지 지동설에 따라 살 것인지는 독자가 얼마나 과학에 관심을 가질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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