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길이는 오랫동안 하루의 8만 6400분의 1(60초×60분×24시간 = 1일)로 정의되어 왔다. 여기서 말하는 1일의 길이는 평균 태양일이다.
1956년 국제도량형위원회는 1초의 길이를 정하는 기준을 지구의 1일(자전)에서 1년(공전)으로 바꾸었다. 즉 1년의 길이를 바탕으로 1초의 길이를 결정키로 한다. 그러나 지구의 공전도 행성 중력의 영향을 받아 달라진다. 그래서 공전 주기를 정확히 구하기 위해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서, 달과 행성의 운동을 구해야만 한다. 이것은 컴퓨터를 쓴다고 해도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경도 0°에 위치한 영국의 옛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각은 세계를 대표하는 시각이다. 이를 ‘세계시(Universal Time, UT)’라고 한다. 세계시는 지구의 자전을 바탕으로 하는 시각이다. 그러나 지구의 자전을 바탕으로 하는 시간은 정밀성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1967년에 원자시계를 이용해 시각을 정하기로 했다. 이 시각을 ‘국제원자시(프랑스어 Temps Atomique International, TAI)’라고 한다.
원자시계는 어떤 원자가 흡수·방출하는 전파의 진동 횟수를 세어, 일정한 수만큼 진동하는 시간을 바탕으로 1초를 구하는 장치이다. 현재 쓰이는 원자시계에는 세슘 원자가 이용된다. 1초는 ‘세슘 원자가 흡수·방출하는 전파가 91억 9263만 1770회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정의된다. 원자시계는 극히 작지만 오차가 발생한다. 그 오차는 30만~3000만 년에 1초 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세슘 원자시계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20세기 중엽 지구의 자전 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며 극히 미세하지만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1초의 길이는 일정하지 않고, 점점 길어진다. 하루 길이는 조금씩 변화한다. 하루 길이가 달라지는 원인은 달의 조석 마찰이다. 달 중력에 의해 바닷물 높이가 달라지는 조수가 일어나면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진다. 지난 수천 년 동안 하루의 길이는 달의 중력에 의해 100년마다 2.40±0.01㎳(밀리 초, 1000분의 1초) 정도 길어졌다.
지구의 자전을 바탕으로 한 시각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국제원자시는 정확하지만, 완전히 이것만을 따르면 아주 먼 장래에는 정오가 되어도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등 일상생활이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현재는 1초의 길이는 원자시계를 따르고, 시각은 지구의 자전에 맞추어 조정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조정을 위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윤초’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자전을 바탕으로 하는 시각은 원자시계의 정확한 1초를 기준으로 한 시각보다 느리게 흐른다. 반대로 말하면, 원자시계를 바탕으로 한 시각이 빨리 흐르는 셈이다. 그래서 그 차이가 0.9초를 넘으려고 하면, 원자시계의 시각에 1초를 더 삽입해 시각을 지구의 자전에 맞춘다. 이것이 윤초이다. 이렇게 해서 결정되는, 현재 우리가 쓰는 시각을 ‘협정세계시(Universal Time, Coordinated, UTC)’라고 한다.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만든 시간 체계는 ‘세계시’, 세슘 동위원소의 진동수를 기준으로 정한 시간 체계는 ‘원자시’이다. 세계시와 원자시를 보완해 만든 시간 체계가 협정세계시(Universal Time Coordinated, UTC)이다. 1972년부터 적용된 27번의 윤초는 모두 더하는 양의 윤초였다. 하지만 2020년에는 지구 자전 속도가 빨라져 사상 처음 음의 윤초가 적용될 가능성이 생겼다. 윤초를 시행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도사린다. 1초의 가감은 다양한 분야에 혼란을 줄 수 있다. 2012년 호주에서는 윤초 시행 후 항공사 발권 시스템이 멈추며 400여 편의 항공기가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한 바 있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태양과 달의 조석력, 지구 내부 구조의 움직임 등에 따라 변화한다. 1960년대 이후로 지구가 한 바퀴를 도는 데는 24시간보다 조금 더 걸렸다.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짧았던 하루는 2005년 7월 5일이었다. 자전 시간은 8만 6400초보다 1.0516밀리 초 적게 걸렸다. 2020년에는 하루의 길이가 24시간보다 짧았던 날은 무려 28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가장 짧았던 하루는 2020년 7월 19일로, 8만 6400초보다 1.4602밀리 초 짧았다. 역사상 가장 짧은 하루였다. 2021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간의 복잡성은 온난화로 더욱 커졌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빨리 녹아 바다와 지구 질량 분포에 영향을 미쳐 지구 자전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약 20여 년 동안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과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질량 분포가 변했다. 극지방에서 적도로 질량이 이동하면서 적도 반지름이 커졌다. 이로 인하여 자전 속도가 느려지고 하루 길이도 더 빨리 길어졌다. 20세기에는 해수면 변동으로 하루 길이가 세기 당 0.3~1.0㎳ 늘었지만 2000년 이후에는 1.33±0.03㎳으로 늘어났다. 21세기 말까지 하루 길이가 세기 당 2.62±0.79㎳까지 길어질 수 있다. 달의 조석 마찰이 미치는 영향보다 크다. 윤초는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협정 시(UTC)와 지구 자전과 공전에 따른 태양시 사이의 오차를 맞추기 위해 협정 시에 더하거나 빼는 1초를 말한다. 1972년 처음 도입된 이후 2016년까지 27차례 시행했으며, 모두 1초를 더했다. 당초 2026년에 1초를 빼야 한다고 봤지만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2029년으로 연기해야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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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와 오류 그리고 과오를 기억하고,
인간과 세계의 고통을 깨닫고,
인간을 사랑하고자
읽고 배우고 씁니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40693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