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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기억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연구는 스스로 학습한 기억으로 그 기억의 실체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신기한 일이다. 뇌가 자신을 연구하는 것이다. 지금은 뇌 과학이 설명하고 있지만 과거 중세 서양 철학자는 인간의 경험, 지식과 기술능력이 팔, 다리, 심장, 콩팥 등 신체 기관에 나뉘어 존재할 것이라 상상했다. 과학의 발전으로 머리로 습득한 정보와 몸이 경험한 것도 두뇌에 기억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기억은 뇌에 있는 여러 신경세포나 뇌 부위가 만들어내는 신경회로에 보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뇌 부위 자체가 기억 저장소는 아니다. 뇌는 방대한 세포로 구성되어 서로 연관되어 조절되기 때문이다. 기억의 종류에 따라 해마, 피질, 기저 핵, 소뇌, 편도 체 같은 뇌 부위에도 저장될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은 뉴런에서 뻗어나가는 축색돌기(axon)라는 작은 가지들이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진다. 시냅스(synapses)라고 불리는 연결점은 연결이 약하면 기억은 사라질 수 있고, 강하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기억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하는 일이다. 뇌의 특정 부위(전뇌피질에 있는 브로드만 영역 10번 부위)가 손상된 사람은 더 이상 과거의 기억을 불러내지 못한다. “기억은 불확실하다.”


뇌는 기억을 저장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뇌는 컴퓨터가 정보를 저장하는 것처럼 저장하지 않는다. 뇌는 전기와 화학물질로 필요에 따라 정보를 편집하고 재구성하여 저장한다. 이를 기억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조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잘못 조립될 경우 엉뚱한 정보가 나온다. 같은 경험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나이가 꽉 찬 ‘라떼’의 이야기는 허구가 많고 오류가 많다. “말을 많이 하면 실수한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다시 들으면 기존 정보가 저장된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저장한다. 과거에 했던 경험을 다시 하면 이를 기억하고 있는 뇌 신경세포 아닌 다른 신경세포에 저장한다. 기억은 한 군데에 고정되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저장하는 세포들은 다이내믹하게 스위칭 된다. 만일 새로이 읽으면서도 기존 기억에 그대로 저장된다면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배우고 경험한 것을 배경으로 새로운 신경세포에 저장된다면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가 다가온다. 아마도 과거에 읽었던 책이 다시 읽으면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일 수 있다. 


기억이나 의식 또는 자유의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는 엄청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언젠가 어느 정도 종합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눈으로 본 사물을 기억하는 시각기억은 측두엽에 있는 측두피질 전방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부위가 다른 부위와 어떻게 접속하고 시각정보를 처리하는지에 관해서는 자세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었다. 2024년 뇌 측두엽과 전두엽에 있는 특정 부위가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단기적 시각기억을 만든다는 것이 밝혀졌다. 측두피질 전방부 외에 눈의 뒤쪽에 있는 안와 전두피질도 시각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것이다. 원숭이 실험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사람과 원숭이는 같은 영장류로 뇌 구조도 비슷하여 사람도 이와 같을 것으로 본다. 뇌에 관한 연구가 끊임없이 쌓여 점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질지, 과학혁명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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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와 오류 그리고 과오를 기억하고

인간과 세계의 고통을 깨닫고

인간을 사랑하고자 

읽고 배우고 씁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957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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