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은 노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염증을 줄일 수 있다면 노화가 느려지고 수명도 늘어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급성염증’과 달리, 없어지지 않고 계속 생겨나는 염증을 ‘만성 염증’이라고 부른다. 만성 염증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몸을 천천히 망가뜨린다. 혈관을 타고 몸속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신체를 손상하고, 암 발병률을 높인다. 또 뇌세포를 파괴해 우울증, 알츠하이머 성 치매를 일으키기도 한다. ‘기력이 약해졌다.’ 표현을 자주 듣고는 하는데, 이 역시 만성 염증 때문이다. 만성 염증은 사람을 허약하게 만들어 ‘건강 장수’를 어렵게 하고, 빨리 늙게 한다.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약 2~4배 정도 염증 전달 물질이 증가한다. 염증 물질이 증가하면 질병에 걸리는 비율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100세 이상 장수자의 혈액을 조사했을 때 염증 물질이 상대적으로 적고, 염증 반응이 드물게 일어나는 유전자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염증 제어를 통해 노화를 억제할 수 있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2024년 염증 단백질을 억제해 생쥐의 수명을 25% 늘리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인간으로 따지면 무려 20년이 늘어난 것이다.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체를 투여하자 노화가 느려지고 노화 관련 암도 감소했다. 수명은 수컷이 22.4%, 암컷은 25% 늘었다. 노화와 관련된 암 발생도 줄었다. 인간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섬유성 폐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 단계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701-9
유전자 분석에 의하면 호모사피엔스가 ‘완전 자연 상태’에서 살 경우 자연수명(natural lifespan)은 38세로 40살도 되지 않는다. 멸종한 고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반도 37.8년으로 우리와 거의 같다.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이 벌써 80살 내외이니 자연수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제 100세를 향해 가고 있다. 인간이나 생명체는 잘못 진화하거나 만들어진 ‘불량’ 유기체이다. 불량품을 개량한 것은 과학과 의학기술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는 그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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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 오류와 과오를 잊지 않고
고통을 이해하고 줄이고
인간을 사랑하고 함께 살고자
읽고 배우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