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비만을 유전자 탓으로만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만은 유전자의 영향이 강하지만 생활 습관도 큰 몫을 한다. 유전적으로 비만 위험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보다 비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비만은 1960년대 이후로 유전적 위험이 있거나 없거나 모두에게서 증가했다. 유전자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지만 환경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유전자’, ‘저주받은 비만 유전자’ 같은 말은 가끔 뉴스에서 볼 수 있다. 마치 유전자가 인간을 결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어떤 과학자도 유전자가 인간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비만을 유발하는 유전자로 처음 발견된 유전자 변이는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하여 많이 먹고 체중도 평균 3㎏ 정도 더 나가게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비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이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체중을 뺄 때 이런 유전자 변이 유무가 성공률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비만 유전자는 있지만 인간의 노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비만과 체중 조절은 인간의 의지와 습관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영국인 30여만 명을 분석한 결과는 선천적인 비만요인을 가진 사람도 정상적으로 몸으로 살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비만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비만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이다. 물론 비만 유전자도 없고 생활습관도 좋은 사람에 비해 비만 유전자도 있고 생활습관도 나쁜 사람은 비만 위험도가 3.54배 높다. 태어날 때부터 많은 것이 불평등한 것이 인간이고 삶이다. 그렇다고 삶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비만 유전자를 갖더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비만 위험이 2.16배로 뚝 떨어진다. 유전적 비만요인 보통인 사람이 나쁜 생활습관을 가지면 비만위험이 2.63배이므로 낮은 편이다. 몸이 약한 사람이 몸을 잘 관리하고 살면 더 건강하게 장수하듯이 노력하면 삶을 윤택할 수 있다. 선천적 비만 유전자를 가진 사람일수록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비만 예방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니 더욱 고무적이다. 비만에 가장 나쁜 것은 하루 2시간 이상 씩 누워서 TV나 스마트폰 등을 보는 경우였고, 낮은 신체 활동과 부적절한 식단이 뒤를 이었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신체활동, 적은 좌식생활, 음주와 수명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건강한 식단은 8가지 기준(과일, 채소, 통 곡물, 생선 섭취 증가, 정제된 곡물, 가공육, 붉은 고기, 가당 식품 및 음료 섭취 감소) 중 4가지 이상 충족해야 한다. 적정 신체 활동은 중강도 이상의 운동, 적은 좌식생활은 업무 외에 누워서 TV나 스마트폰 사용 하루 2시간 이하, 적정 알코올 섭취는 하루 여성 소주 기준 2잔 남성 4잔 이하, 적절한 수면 시간은 하루 6~8시간이다.
https://www.cell.com/cell-metabolism/fulltext/S1550-4131(24)00229-8
그러나 누구나 느끼듯이 인간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인 유전자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어떤 암 유전자는 부모가 가지고 있으면 자녀도 거의 암에 걸린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이어트 책이 이렇게 써지는 것이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인간은 ‘상당한’ 자유의지가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일상생활에서 일주일 또는 그 이상을 굶는 단식도 할 수 있다. 어떤 동물도 별 일 없이 이렇게 굶지 못한다. 인간은 체중과 관련된 뇌의 회로와 유전자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놀라운 존재이다.
다이어트는 ‘나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 사람을 만나서 일하고 놀고 대화하고 밥을 먹는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주변 가족이나 동료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저녁을 아주 적게 먹으려고 했는데 집에 갔더니 거한 상을 차려놓거나 동료들과 밤늦게 거나하게 술을 먹게 되면 다이어트는 어렵다. 또한 출퇴근이나 등하교 길에 군것질 거리가 즐비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과자나 햄 같은 간식은 한 번 먹으면 손을 놓기가 어렵다. 이런 군것질 거리에는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다. 설탕이 안 좋다고 알려져서 무설탕 음료를 먹지만 거기에는 인공 감미료가 들어있다. 문제는 이런 첨가물이 인간의 자율신경을 교란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번 입에 넣으면 손을 놓지 못하는 것도 이런 문제가 도사릴 수 있다. 다이어트에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려면 세심하과학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중에 하나가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포함된다.
하나의 예를 들면 삼성서울병원이 2018년 개발한 유전자 맞춤형 체중관리 모델이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은 많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으니 알아보고 이용하면 좋다.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 김진호 박사 연구팀이 비만 관련 유전자 변이에 따라 비만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착안해 수년간 연구 끝에 내놓은 결과다. 이러한 유전자 변이가 어떤 조합을 이루냐에 따라 다이어트의 효율도 달라졌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게 도움이 되는 사람, 지방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사람, 음식 종류에 상관없이 총 칼로리를 낮춰야 하는 사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 사람 등 유전자 조합을 기준으로 제각각 달랐다. 박웅양 삼성유전체연구소장은 “유전자 정보의 활용 범위가 점차 늘어가면서 현대인의 오랜 고민인 비만을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며 “본인에게 맞는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안다면 같은 힘을 들이더라도 더 빨리 목표한 바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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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 오류와 과오를 잊지 않고
고통을 이해하고 줄이고
인간을 사랑하며 살고자
읽고 배우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