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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기억 "카르페 디엠(Carpe Diem)!"

자서전적(Episode) 기억은 개인의 삶의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다. 이 기억은 시각, 후각 등 정보가 뇌에 저장된 것이다. 이 사건을 기억해 낼 때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오류가 발생하여 잘못된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의 뇌는 기억을 저장하지만 있는 그대로 하지는 않는다. 컴퓨터가 정보를 저장하는 것처럼 저장하지 않는다. 뇌는 수집된 정보를 편집하고 재구성하여 저장한다. 이를 기억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조립’이다. 그래서 잘못 조립될 수도 있다. 기억된 정보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게다가 자서전적 기억은 뇌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기억 조각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때로는 서로 맞지 않는 기억 조각들을 끌어 모아서 회상해 잘못된 정보를 만든다. 그래서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도 서로 다르게 기억한다. 기억이 다르면 무엇이 맞는지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꽉 찬 ‘라떼’의 이야기는 허구가 많고 오류가 많다. “말을 많이 하면 실수한다.”


친구들끼리 옛날 일을 얘기하다보면 사람마다 기억이 다르다. 기억은 결코 당시를 그대로 녹화해서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뇌에 제대로 또는 잘못 저장된 정보를 다시 재구성하거나 편집하여 끄집어낸다. 또한 우리가 또는 우리의 뇌가 기억을 편집하는 것은 ‘새로운’ 정보를 오래된 경험과 통합시키는 작용이다. 그동안 인생사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하면서 뇌 안에서 갖고 있던 많은 지식과 정보가 재편집된다. 그러니 그 기억이 사실 그대로인지 알 수 없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갑오징어도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갑오징어도 잘못된 기억을 만든다. 역사적 사실도 그것을 기술하는 역사가의 손에 놀아난다. 추억은 그냥 아름다운 것이다. 사실여부를 따지지 말자.

http://dx.doi.org/10.1016/j.isci.2024.110322

이러한 뇌의 편집기능은 나쁘기만 하지 않다. 학습에 이용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정보나 지식을 전할 때 단순하게 전달만 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나 지식을 편집하게 하거나 피드백을 주면 좀 더 정확한 기억을 하게할 수 있다. 학습은 단순히 입력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대부분 사람에게 자서전적 기억은 선택적이다. 결혼식 날이나 끔찍한 자동차 사고처럼 매우 중요하거나 정서적으로 강렬했던 사건 위주로 기억한다. 첫 키스, 아이의 탄생 같은 일은 누구나 잊지 않고 평생 죽을 때까지 기억한다. 우리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은 우리 몸의 ‘한’ 단백질이 하는 것이다. 이 단백질에 감사할 일이다. 우리의 의식 활동의 이면에는 늘 뇌가 존재하지만 우리의 의식이 뇌에 갇혀 있어 인지하지 못한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다시 듣거나 과거에 했던 경험을 다시 하면 이를 기억하고 있는 뇌 신경세포 아닌 다른 신경세포에 저장한다. 기억은 한 군데에 고정되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저장하는 세포들은 다이내믹하게 스위칭 된다. 만일 새로이 읽으면서도 기존 기억에 그대로 저장된다면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배우고 경험한 것을 배경으로 새로운 신경세포에 저장된다면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가 다가온다. 아마도 과거에 읽었던 책이 다시 읽으면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일 수 있다. 


물리적으로 시간은 상대적이다. 시간이 우주의 모든 곳에서 똑같이 똑딱똑딱 흘러가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또한 시간은 인간의 뇌가 편집한 착각이다. 과거라는 시간관념도 뇌가 만들어낸다. 과거와 그 기억은 현재 우리 인식 속에 살아있다.


“현재에 충실하자!” 카르페 디엠(Carpe Diem)! 고대 시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 기원전 65~기원전 8)가 시집에 실었던 말이다. 원문은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생각하라(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이다. 과거에 휩싸여 후회하지 말고 미래에 매몰되지 말고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라고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에도 나온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아모르 파티(Amor fati)로 살아가야 한다. 아모르 파티란 ‘내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라틴어로 니체의 책『즐거운 지식』에 나온다. 


호라티우스의 시 중 기억할만한 것 몇 가지 더 있다.


⚫더 나은 일은, 미래가 어떡하던 더 좋은 것은 주어진 대로 겪는 것이라네(Ut melius quidquid erit pati).

⚫포도주는 그만 익히고, 짧은 인생, 먼 미래의 기대는 줄여야 하네(sapias vina liques et spatio brevi spem longam reseces).

⚫지금 말하는 동안에도, 삶의 시계는 우릴 시기하며 지나가네(dum loquimur fugerit invida aetas).

⚫제때에 거두고,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오늘 이 순간이 내 삶이다.

........................................................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 오류와 과오를 잊지 않고

고통을 이해하고 줄이고

인간을 사랑하며 살고자

읽고 배우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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