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 말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야생 침팬지의 의사소통 방식은 차이는 약간 있지만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 대화를 주고받는 속도는 침팬지보다 인간이 좀 더 빠르다.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화 방식에 있어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진화적 연결되어 있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대화를 주고받는 의사소통은 영장류 전체가 공유하는 것일 수 있다. 일부 침팬지는 상대가 말할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계속 떠든다. 혼자 말하고 말 많은 수다쟁이가 있다. 즉,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거나 듣지도 않고 자기 말을 계속 한다.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4)00761-9
아는 게 많은 사람은 대게 침묵한다. 지식과 자신의 인식능력의 한계를 잘 알기 때문이다. 흔히 아는 게 적은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여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얘기하고 싶은 반면,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 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남이 물을 때만 얘기할 뿐 묻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루소)
잡다한 정보와 지식의 소음에서 해방되려면 우선 침묵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침묵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는 그런 복잡한 얽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내 자신이 침묵의 세계에 들어가 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으나, 침묵 속에 머무는 사람들만이 그것을 발견한다. 입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에서 발췌).
침묵보다 말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될 때만 말하라(Only speak when your words are better than your silence.).(아라비아 속담, 법정스님의 「말과 침묵」에서 재인용) 예를 들어 젊은 사람이 배우는 학생이 말이 많고 주장하고 토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무엇인가 배우고 있으며 무엇인가 탐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더 나아가 침묵에 보탬이 되지 않는 말이면 하지 말라.(어느 수도원 팻말에서)
남이 하는 말을 주의를 기울여 경청하라. 그러나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라. 어떤 질문을 받으면 가급적 간결하게 대답하라. 논쟁을 위한 논쟁을 피하고 잘난 척 하지 말라.(이슬람신비주의의 지혜)(Listen and be attentive, but do not speak too much and when you are asked a question, answer briefly. Do not be ashamed to accept that sometimes you do not know an answer to what you were asked. Do not get into an argument just for the sake of argument and do not boast).(sufi wisdom)
“의사소통에서 최대의 실수는 자신의 견해와 감정의 표현에 최우선의 순위를 두는 것이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기의 말을 들어주고 자기를 존중해 주며, 이해해 주는 것이다. 자기 말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당신의 견해를 이해하려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교수인 데이빗 번스의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이 아니라 남의 주장을 듣는 것이다.
사회성이 좋고 뇌가 건강한 사람은 잘 듣는 습관을 갖고 있다. 자기 말만 하는 사람보다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의 뇌가 훨씬 건강하고 치매 위험도 낮다. 경청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뇌의 나이가 최소 4살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회복력은 뇌의 노화를 막고 뇌 질환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기능이다. 인지회복력이 좋은 사람들은 경청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있는 사람은 회복력이 좋다. 인지회복력이 가장 떨어지는 사람은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 가능성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연습을 통해 뇌 기능과 인지 회복력을 높일 수도 있다.
“내 입 안의 혀도 다스리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혀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할 말이 많지만 다 말하지 않는다. 말을 하다 보면 끝까지 떠오르는 생각을 끄집어내는 경박함에 여지없이 갇힌다. 구구절절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끝까지 말해버리면 공허해지고 듣는 사람에게 생각의 여지조차 남지 않는다. 여운과 여백이 없으니 아름다울 리 없다.
듣는 것은 어렵다. 수업시간이거나 강연을 할 때에는 잘 듣는다. 그러나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듣는 것은 어렵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말하는 사람은 귀머거리나 다름없다.”는 인디언의 격언이 있다. 사실 귀머거리는 많다. 귀는 들리나 듣지 않는 것이다. 들을 청(聽)자를 자세히 뜯어보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이(耳)가 으뜸(王)이며, 들을 때는 열개(十)의 눈(目)을 움직여 하나의(一) 마음(心)을 주시하는 것처럼 들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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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인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 오류와 과오를 기억하고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고 줄이고
인간을 사랑하고
읽고 배우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