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진화의 방식: 경쟁, 교류와 공생 그리고 합성

진화의 방식: 경쟁, 교류와 공생 그리고 합성


아이는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모든 생물이 그렇다. 이를 수직적 유전자 이동이라고 한다. 다른 개체나 종으로부터 유전자를 받는 경우도 있다. 수평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 또는 lateral gene transfer)은 ‘생식’에 의하지 않고 개체에서 개체로 유전형질이 이동하는 것이다. 주로 단세포 생물에서 관찰되며 종간에 또는 종을 넘어 이동할 수 있다.


물곰(water bear)으로도 불리는 완보동물(Tardigrada)은 수백 마이크로미터(micrometer, 0.001mm) 길이에 약 1,000개의 세포를 가지고 있다. 극한의 온도와 압력, 방사능 오염지역, 진공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살 수 있다. 2015년 완보동물의 유전자 중 약 17.5%를 수평 유전자 이동으로 확보했으며 이런 이질적인 유전자는 극단의 환경에서 내성을 보이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수평 유전자 이동을 통해 박테리아와 식물, 균류, 다른 유기체에서 직접 전달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 후 2016년 연구결과 수평 유전자 이동의 비율은 그보다는 낮았다. 실험상의 오류가 있었다. 낮은 수준이지만 이동이 있는 것은 사실임은 변함이 없다.


무성생식을 하는 작은 담수동물 중 하나는 수백만 년 동안 주변 미생물로부터 DNA를 채취해왔다. 이들은 박테리아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를 가져와 항생물질을 만들어 질병을 막는다. 생명의 환경적응과 자연선택의 방식은 정말 다양하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9919-1

수평이동뿐만 아니라 두 생명이 합쳐지기도 한다. 1960년대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2011)는 진핵생물은 공생하던 두 종이 합쳐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진핵생물이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식물) 같은 세포소기관은 원래는 독립적으로 살던 세균들이었다는 주장이다. 원핵생물이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와 공생(symbiosis)하다가 하나가 된 것이다.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 1938~2011)의 주장이 나온 것은 1967년이었다. 세포 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오래전에는 독립적인 세균이었다가 다른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통해 현재 존재하는 다세포생물의 근원이 되는 진핵세포로 진화했다는 가설을 펼쳤다. 이는 세포내 공생설(endo-symbiosis)이라고 불린다. 진화는 생존경쟁에 의할 뿐만 아니라 공생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미토콘드리아만이 아니다. 2010년 인간의 유전물질 가운데 약 8%가 바이러스에서 나왔다는 연구가 나왔다. 인간의 DNA에 바이러스가 삽입했던 유전 정보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DNA에 남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인간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HERV)’라고 한다. 레트로바이러스는 대부분 휴면 상태로 남아있어 ‘화석 바이러스’로도 불린다. 인간은 단일한 무엇이 진화되어 내려온 것이 아니라 ‘합성’ 생명인 셈이다.

........................................................

생명, 인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 오류와 과오를 기억하고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고 줄이고

인간을 사랑하고

읽고 배우고 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과거는 낯선 나라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