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이 "남녀"인 사람
인간의 염색체는 총 23쌍(46개)이다. 마지막 23번째 쌍은 여성과 남성, 즉 성별을 구분하는 성염색체이다. 여성은 X 염색체 2개가 한 쌍을 이룬 XX를, 남성은 X와 Y 염색체가 1개씩 쌍을 이룬 XY를 갖고 있다. 인간의 배아는 첫 6주 동안 XY든 XX든 아무런 차이가 없고 7주째에 남성으로 자랄지 여성으로 자랄지가 결정된다. 생식샘이 정소 혹은 난소가 될지 결정되고, 외부의 생식기 형태를 결정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라는 성별 결정 규칙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에 적용된다. 아기가 가진 성 염색체에 의하여 남자아기가 태어날지 여자아이가 태어날지가 결정된다. 난 우연히 XY를 가지고 태어나 남자로 살아간다. 여기까지는 원칙적인 얘기이다.
성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여전히 많다. 인간과 생명체는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여 ‘생산’ 계획에 따라 정확하게 만들어지는 물건이 아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복잡한’ 일이 있었고 탄생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나타나기도 한다.
오늘날 신생아의 2% 내외가 성 생식기에 혼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XY이면서 여성인 사람들 중 일부에게서 ‘SRY’라는 유전자가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 유전자가 정소 형성에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생쥐의 XX인 배아에 SRY 유전자가 들어있는 DNA를 삽입하자 그 배아는 수컷으로 자라 정소와 수컷의 생식기를 가지고 성장하였고 암컷과 교미도 하였다. 그러나 정소의 크기가 작고 정자도 만들어지지 않음이 확인되었고 정자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Y 염색체에 있음을 알았다.
결국 Y 염색체의 유전자는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배아의 생식샘이 난소가 될지 정소가 될지를 결정하는 SRY 유전자, 둘째는 X 염색체의 유전자와 짝을 이루는 유전자, 셋째는 정자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이다. Y 염색체의 유전자 중 반이 X 염색체의 유전자와 짝을 이룬다는 것은 X와 Y는 원래 한 쌍이었다는 것을 함축하며 성염색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 언젠가부터 두 염색체가 성과 관련된 염색체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유류의 Y 염색체는 약 3억 년 전경에 출현했으나 남성을 결정하는 핵심 유전자인 SRY는 1억7000만 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에 출현한 동물들은 성 결정 기구가 달랐을 것이다. 주변 환경, 온도에 따라 성별이 정해지는 파충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성을 바꾸는 어류도 있다. 생물계 전체로 보면 X와 Y 염색체를 토대로 성을 결정하는 방식이 보편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09년 세계 육상선수권 여자 800ｍ 결승에서 우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Mokgadi Caster Semenya)는 ‘남녀한몸증’이다.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를 모두 갖고 태어난 사람으로 남성과 여성의 생식소(여성의 난소와 남성의 고환)를 모두 갖추고 있다. 난소가 있어 임신할 수 있고 정자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이런 선천성 희귀 병태를 가진 신생아의 사례가 보고된 건 400건 정도이다. 수정된 태아가 자궁 안에서 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염색체 이상이나 호르몬 과다나 결핍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남녀한몸증은 ‘진성반음양’과 ‘가성반음양’으로 나뉜다. 진성은 난소와 정소를 모두 갖고 있어 남성과 여성의 기능을 모두 할 수 있다. 대부분 유전적으로 여성의 성염색체 배열(XX)을 지니지만 일부 소수는 남성의 성염색체 배열(XY)을 갖거나 둘 모두를 지니기도 한다. 하지만 정소를 갖춘 진성반음양이라 해도 대개 정자를 만들지 못한다. 다만 난소가 난자를 생산하는 것은 가능하다. 가성은 한쪽 성의 생식소만 지닌 경우다. 난소를 갖고 있지만 외부 생식기가 남성에 가까운 경우를 ‘여성 가성반음양’, 정소를 갖고 있지만 외부 생식기가 여성에 가까우면 ‘남성 가성반음양’이다(파이앤셜뉴스, 2024.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