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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사랑과 인간적 사랑

아이를 낳으면 엄마의 뇌 구조가 달라진다. 대뇌피질의 일부영역이 줄고 아기와의 유대감이 높아진다. 2017년 연구에 의하면 여성은 출산 후 2~3개월이 지나면 대뇌피질의 여러 영역이 임신 전보다 평균 2% 감소한다. 이는 아이에 대한 애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뇌의 표면을 구성하는 세포층인 대뇌피질은 언어, 기억, 사고와 같은 고등 기능을 담당한다. 아기와의 유대감이 강한 엄마일수록 이러한 뇌 구조 변화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전두엽의 특정한 영역이 변한다. 다른 사람의 아기 사진보다 자신이 낳은 아기 사진을 볼 때 뇌 공감 영역이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 뇌의 이런 변화는 2년 가까이 유지된다. 


2024년에는 대뇌피질 영역 특히 전두엽이 임신 전보다 5% 가량 줄어든다는 연구가 나왔다. 특히 전두엽 부분의 대뇌피질에서 두드러지게 준다. 아기를 낳은 후에도 임신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이는 임신한 여성은 아이에 대한 애착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대뇌피질이 줄어도 신경세포가 손실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인지기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임신한 여성의 기억력이 저하된다는 연구가 있지만 유의미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출산 후 1년이 지나 테스트 해보면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뇌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들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른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4-02447-w


남자의 경우 아버지가 되고 나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엄마와 아버지는 다르다는 것은 뇌 수준에서 밝혀진 것이다. 아버지의 애착과 엄마의 애착은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는 모두 아이가 생기면 뇌 피질에 변화를 보인다. 남자도 아이가 생기면 뇌가 바뀐다. 아빠가 된 남성들의 뇌는 아빠가 되기 전의 뇌와 뚜렷이 다르다. 주의력, 계획, 실행 등 기능과 관련된 피질 영역과 공감력, 시각 처리와 관련된 네트워크 영역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회백질 피질의 부피가 다소 감소한다. 이런 변화는 아기가 태어났다는 새로운 경험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드는 뇌의 능력(신경 가소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부모의 자녀사랑은 아름답다. 그러나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매우 생물학적인 면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것이 있으랴. 까마귀도 가족은 배신하지 않는다. 먹이를 찾는데 도움이 되면 친구를 바꾸지만 가족은 끝까지 지킨다. 까마귀도 인간 같이 먹고사는 이해관계에 따라 배신하는 전략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나 자기 새끼나 형제자매, 짝짓기 파트너 등에게는 변함없이 함께한다. 까마귀는 인간같이 평생 같은 쌍이 짝을 이룬다. 그것은 자신의 유전자 즉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새끼와 그 가족을 지키려는 생물학적인 본능이다. 그런 ‘사랑’이 없는 개체나 종은 멸종했을 것이다. 이러한 ‘이기적’ 사랑을 연장하는 것이 인류애라고도 부른다. 사랑은 누구를 사랑하느냐라는 상대적인 의미이다. 가족애로 똘똘 뭉치면 이기적이라고 부른다. ‘인간적’이란 단어는 ‘생물학적인’ 것을 극복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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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인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와 오류 그리고 과오를 극복하고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인간적으로 사랑하고

읽고 배우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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