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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땅속이나 바닷속에서 기원했을까?


지구는 단단한 외각(지각)과 맨틀, 외핵, 내핵으로 이뤄져 있다. 지표에서 맨틀까지 거리는 30~35㎞에 달한다. 해저는 해저 확장을 통해 맨틀 암석이 지표면에 가깝게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대서양 중앙해령(Mid-Atlantic Ridge)은 북대서양에선 유라시아 판과 북미 판 사이, 남대서양에선 아프리카 판과 남미 판 사이에 걸쳐 있다. 대부분의 능선이 해저에 위치해 있다. 지구 맨틀 위에 곧바로 기반암이 얹혀 있다. 판과 판이 충돌하는 경계면에 위치했기 때문에 충돌로 인한 지각 작용에 따라 맨틀과 암석이 융기한 것이다. 지구 중심부에 가까운 암석과 맨틀의 특성을 보기 용이하다. 아틀란티스 대산괴도 그 중 하나다. 이런 지형에서는 맨틀의 일부가 지표면으로 드러나면서 해저 화산이 생겨나고, 바닷물이 높은 온도로 가열돼 메탄 같은 화합물이 생겨난다. 이 화합물이 열수분출구로 뿜어져 나오면서 미생물을 포함해 다양한 심해 생물이 번성한다.


1990년대에 지표면으로부터 1킬로미터 이상 아래에 있는 바위 안에서 살아있는 고 미생물이 발견되었다. 또한 심해의 다공성 암석 내 뿐만 아니라 심해 속 화산구 안의 비등점보다 뜨거운 기온에서도 살아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아타카마 해구(Atacama Trench)는 페루와 칠레 해안에서 약 160㎞ 떨어져있으며 최대 깊이는 8060m에 달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해구 중 하나이다. 8000m 깊이의 해구 바닥에서 미생물, 해삼류, 조류(藻類), 새우와 유사한 단각목, 반투명 물고기 등 다양한 심해 생물을 발견했다. 인간의 호흡 역시 해저 화산 근처에 살던 고대 미생물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극한미생물의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가 인간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생명이 지구의 내부에서 기원했을 수도 있다. 고 미생물은 지구 내부에서 생성된 화학에너지를 흡수하고 산다. 돌 속이나 심해에 녹아있는 철, 황, 수소 및 뜻밖의 화학물질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한다. 고 미생물은 지구 깊숙한 곳 심지어는 극단적으로 뜨겁고 압력이 높은 곳에서도 일상적으로 살고 있다. 뜨겁고 수소가 풍부한 유체(流體)와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바닷물이 상호 작용하는 열수분출구에서 기원했다는 가설도 있다. 생명의 출현은 판의 이동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지형구조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2024년 북대서양 해저의 맨틀을 1268m까지 파고 들어가 역대 가장 깊은 곳에서 암석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해양탐사프로그램(International Ocean Discovery Program, IODP) 연구진은 북대서양 아틀란티스 대산괴(Great Meteor Seamount) 해저 산악 지대에서이다. 미국의 과학시추선(JOIDES Resolution)을 이용했다(이번 작업을 끝으로 퇴역했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해저면 지하 200.8m 지점에서 암석 샘플을 회수한 것이다. 암석에는 뜨거운 물에 의해 녹아내린 흔적이 남아 있다. 변형된 암석은 심해 열수의 흐름과 함께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채취한 암석은 맨틀 감람암(peridotite)이다. 지각과 핵 사이 2900km 구간인 맨틀의 상부를 구성하는 주요 암석이다. 시추한 암석은 심해 바닥에서 얻은 것에 비해 철, 마그네슘, 칼슘 등으로 이뤄진 휘석(pyroxene)의 함량이 적었다. 뜨거운 열수에 노출되면서 녹았을 것이다. 휘석이 녹는 동안 수소가 생산되고 또 암석의 구조가 열수의 흐름과 양을 조절하면서 생명 탄생을 촉진하는 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 지구 생명체 탄생의 새로운 모델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p1058


생명의 기원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다. 가설은 많다. 하나의 기원을 밝히는 일은 우주의 모든 것과 관련되어 있다. 하나를 밝히는 것은 모든 것을 밝히는 만큼 어렵고도 지난한 일이다. 그것이 과학이다. 과학은 미지의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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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인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와 오류 그리고 과오를 극복하고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사랑하고 읽고 배우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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