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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무덤의 기원에 관한 논문 논란

리 버거(Lee R. Berger) 연구진은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 ‘떠오르는 별(Rising Star)’이라는 동굴에서 호모 날레디(Homo naledi)의 화석을 발견했다. 날레디는 현지 언어로 ‘빛’라는 뜻이다. 침팬지보다 약간 큰 두개골의 크기로 볼 때 250만~280만 년 전의 인류 초기 종으로 추정했었다. 그러나 그 후 호모 날레디의 연대를 33만5000~24만1000년 전으로 수정했다. 그렇다면 호모 날레디는 인류의 직계 조상과 공존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연구진은 호모 날레디가 동굴에 시신들을 가져와 안치했지만, 매장까지 하지는 않았다고 보았었다. 


10년이 지난 2023년 리 버거 교수 연구진은 돌연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호모 날레디(Homo naledi)가 약 25만년 의도적으로 매장했으며, 무덤 입구에 표식도 남겼다고 발표했다. 동굴 벽에는 그려진 ‘상징’도 나왔고 불도 사용했다는 증거도 나왔다는 주장이다. 뼈의 방향과 토양이 뒤덮인 모습으로 보아 의도적으로 파서 시신을 묻고 흙으로 덮었다고 보았다. 호모 사피엔스나 네안데르탈인보다 1~20만 년 먼저 무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두 논문은 모두「이라이프」에 게재되었다.「이라이프」는 투고된 논문에 대해 동료 심사와 저자의 수정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다른 저널에 실린 것과는 아주 다르다. 심사 없이 게재하고 이에 대한 논평을 받아 역시 게시한다. 저자는 논평에 답을 하고 결과를 수정한다. 2023년 논문에 대한 회의적인 논평 4건에 대해 연구진은 답변을 달았다.


호모 날레디 무덤 ‘설’에 대해 학계는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UCL의 마르티논-토레스(Marcos Martinon-Torres) 교수는 2023년「사이언스」에 동굴의 타원형 함몰부에 전체 골격이 완전히 정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신을 한 데 모아 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엠마 포메로이(Emma Pomeroy) 교수는 호모 날레디가 상징적인 표시를 남겼다고 단정 짓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더 많은 증거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4년에는 호모 날레디가 의도적으로 시신을 묻었다는 증거가 동굴 퇴적물에는 없다는 연구가 나왔다. 리 버거 교수 연구진이 제공한 증거로는 그러한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버거 교수 연구진도 뼈가 홍수 등으로 밀려들어오는 등 자연적으로 동굴에 도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이언스」는 리 버거 교수에게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2024년 8월 5일「사이언스」는 비판적인 글을 싫었고,「조선일보」도 8월 6일 관련 내용을 이영완 과학전문 기자가 상세하게 소개했다.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ancient-human-relative-really-bury-dead


리 버거 연구진도 수정 본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 매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인 퇴적물의 미량 원소에 대한 데이터도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동료 학자들의 심사를 받는 저널에 게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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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인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와 오류 그리고 과오를 극복하고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사랑하고 읽고 배우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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