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6600만 년 전 어느 날과 2024년 폭염

6600만 년 전 어느 날이었다. 거대한 소행성이 초속 수십 km의 속도로 지구로 돌진했다. 소행성 충돌로 생긴 구덩이는 깊이 20km, 폭은 200km나 됐다. 엄청난 충돌 에너지로 암석은 순식간에 증발해 소행성 파편과 함께 퍼져 나가 산불을 일으켰고, 대규모 지진과 함께 화산이 폭발했으며, 수천㎞ 밖까지 쓰나미가 일어났다.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온 유황 입자와 검댕, 먼지 등이 햇빛을 가려 지구를 어둡고 추운 겨울 속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평화로이’ 살던 생명은 대부분 멸종했다. 지구를 호령했던 공룡도 멸종했다. 이후 포유류가 늘어났고 오랜 세월이 지나 인간이 지구를 장악했다. 6600만 년이 지난 지금 인간은 스스로 지구를 뜨겁게 달구며 여름 날 밤을 설치고 있다. 이미 대멸종은 오래 전에 시작되었지만 인간은 별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다. 몇 십 년 살다가 죽는 인간에게 그런 것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공룡이 별 생각 없이 살다가 멸종했듯이. 지구는 생명이 끊임없이 멸종당한 ‘잔인’한 곳이었다. 인간이 탄생하기 위하여 지구는 살벌한 실험실이었다.


과학자들만이 대멸종이 일어난 원인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크게 소행성 충돌과 화산 폭발을 꼽는다. 이 시기의 지층에는 지구에서 드문 원소가 많으며, 화산 폭발의 흔적도 있다. 소행성의 정체에 대해서도 논쟁 중이다. 혜성이라는 주장과 소행성이라는 주장이 있다. 소행성이라는 이론이 가장 큰 지지를 받았으나, 여전히 혜성일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왔다. 2021년에도 태양계 바깥에서 만들어진 혜성이 원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또한 소행성 충돌로 생긴 어떤 영향이 멸종으로 가져왔는지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있어왔다. 전 지구적인 충격파, 산불, 지진, 쓰나미, 유황이 ‘유력한 용의자’로 꼽혀왔다.


2023년에는 소행성 충돌 과정에서 분쇄된 암석의 먼지가 대량 멸종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먼지는 15년 동안 지구 대기에 남아 햇빛을 차단해 최대 2년 동안은 광합성도 차단했다. 그 여파로 지구표면 온도는 15℃까지 떨어졌다. 식물이 죽고 이어 초식동물, 육식동물이 굶어죽었고 해양에서도 식물성 플랑크톤의 소멸로 먹이사슬이 붕괴됐다. 유황은 소행성 충돌 후 8~9년을 머물렀고, 규산염 먼지는 충돌 후 약 15년 동안 대기에 존재했다. 지구가 충돌 전 온도로 돌아가는데 약 20년 이상이 걸렸다. 먼지가 그간에 알려진 것보다 멸종에 더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 다시 소행성 폭발이 원인이라는 연구가 또 나왔다. 태양계 내부에서 만들어진 탄소질 소행성이 주인공이라는 연구이다. 백악기와 팔레오기의 경계 지층에서 루테늄(Ru)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이다. 루테늄 동위원소 비율은 소행성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크고 소행성 충돌구는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루테늄 동위원소 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대멸종 당시 지층에 남은 루테늄의 동위원소 비율이 탄소질 소행성의 흔적과 가장 비슷했다. 혜성의 충돌로 만들어진 흔적과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혜성일 가능성은 배제해도 될 정도로 낮다. 소행성설이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지만 논란을 종식하려면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k4868


종의 진화 속도보다 빠른 환경 변화는 위험하다. 현재 진행 중인 온난화는 생명뿐만 아니라 인간이 진화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다시 말해 멸종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 인간의 한계(threshold)를 넘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인간은 그렇게 똑똑한 종이 아니다. 자기네끼리 모여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칠 뿐이다. 걱정할 것은 없다. 지구상에 일어난 수많은 멸종 위에서 늘 새로운 생명이 살아왔다. 걱정은 인간중심적일 뿐이다. 우주는 인간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 바로 후 세대가 걱정된다.


Although the chance of a disaster to planet Earth in a given year may be quite low, it adds up over time, and becomes a near certainty in the next thousand or ten thousand years. By that time we should have spread out into space, and to other stars, so a disaster on Earth would not mean the end of the human race. However, we will not establish self-sustaining colonies in space for at least the next hundred years, so we have to be very careful in this period.”


스티븐 호킹 BBC 인터뷰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 인간 호미닌 호모 사피엔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