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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의 진실: 엄마의 잔소리가 과학


단식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져왔다. 단식이 일부 질병을 늦추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다. 


간헐적 단식은 혈압을 낮추고 체중을 줄이며 장수에 도움이 된다. 가끔 하루에 16~18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굶는 것이 비만 뿐 아니라 암, 당뇨병, 심장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세포 속에 저장됐던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함으로써 세포의 건강을 회복시킨다. 또한 간헐적 단식은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소화 기능을 향상시켜 수명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루에 6~8시간 동안만 음식을 섭취하고 16~18시간 동안은 아무 것도 먹지 않거나, 1주일에 5일은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되 이틀은 500칼로리만 섭취할 경우 몸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이다. 간헐적 단식을 2~4주 정도 계속할 경우 신체와 뇌가 새로운 식습관에 익숙해져 허기나 짜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나타낼 것인지에 대해서 더 연구가 필요하다.


단식이 제1형 당뇨병 관리와 장내 줄기세포의 재생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단식을 하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낡은 세포가 파괴되고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져 면역체계가 재생된다. 2018년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단식을 하면 쥐의 장 줄기세포가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식이 탄수화물 대신 지방산을 분해하게 하는 대사 스위치를 활성화해 줄기세포의 재생력에 강력히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은 노화 과정을 늦추고 심지어 암,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이 노화에 따라 발병하는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 섭취를 하루 중 4~8시간 이내로 제한해 공복 시간을 늘리면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으면 적게 먹으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다르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과학의 연구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할 때 인간을 단 하나의 존재로 전제하는 오류(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를 범해서는 안 된다.


2024년에 이와 관련한 중요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15년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장기연구이며 대규모 연구이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오히려 높인다는 연구결과이다. 간헐적 단식(‘8시간 식사, 16시간 단식’)을 고수한 사람은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2~16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91% 높았다. 간헐적 단식을 하더라도 지나치게 긴 공복시간은 좋지 않아 보인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근육이 적은 것이 이유일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근육이 감소한다. 따라서 근육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16시간 지나친 단식보다는 12시간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먹는 양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단식은 장기간 계속하는 것보다 짧은 단식을 한 후 다시 먹는 것이 더 좋다. 단식 후 음식을 먹으면 신체조직 손상을 복구시켜주는 줄기세포가 빠르게 늘어난다. 장내 줄기세포는 장내 벽을 유지하고 손상된 세포를 재생시킨다. 장은 지속적으로 손상되기 때문에 줄기세포가 이를 계속해서 복구해줘야 한다. 하지만 줄기세포가 신체복구를 위해 빠르게 분열하면서 암과 같은 종양 발생 위험도 더 키울 수 있다. 빠른 분열은 암세포의 빠르고 제어할 수 없는 세포 분열 현상과 같기 때문이다. 줄기세포가 너무 많이 활성화되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쥐 실험에서도 단식을 하지 않은 쥐보다 장내 용종(precancerous polyp) 등 종양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았다. 단식 후 음식은 가공식품이나 정크 푸드보다는 채소나 생선 같은 자연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840-z


열량이 작은 음식을 하루 한 번 먹어 공복 시간이 21시간으로 긴 쥐는 같은 먹이를 온종일 먹어 공복 시간이 적은 쥐보다 반 년 정도 오래 살았다. 인간으로 보면 15년을 더 산 것이다. 반면 저 열량의 먹이를 온종일 먹은 쥐는 보통 쥐보다 좀 더 일찍 죽었다. 두 경우 모두 섭취 열량을 30% 정도 줄였는데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소식보다는 먹는 횟수를 줄여 공복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건강에 더 좋고 장수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이다. 


결론은 너무 간단하다. 좋은 자연식품을 위주로 규칙적으로 적당량 먹고 저녁은 늦게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엄마’의 잔소리와 전통 집 밥은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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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인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와 오류 그리고 과오를 극복하고

세상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사랑하고 읽고 배우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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