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한 단어이지만 많다. 이성 간의 사랑, 부모의 자녀 사랑, 친구 사랑, 반려동물 사랑과 자연 사랑이 있다. 불편한 뇌 과학이지만 이를 담당하는 뇌 영역도 다르다.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연상하게 하고 뇌의 활성도를 측정한 연구결과를 보면 부모의 자녀사랑이 가장 강렬하다. 측정대상은 연인, 자녀, 친구, 반려동물, 자연, 모르는 사람이었다(romantic partner, one’s children, friends, pets, and nature. strangers). 측정 결과 이 순서대로 활성도가 컸고 가장 강렬한 것은 역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이었고, 두 번째는 남녀 간의 사랑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다.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차이가 컸다. 경험에 따라 편차가 큼을 예상할 수 있다. 사랑의 경험, 자녀출산의 경험, 자연을 즐기는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일 것이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은 진실이다.
https://academic.oup.com/cercor/article/34/8/bhae331/7741043
아이를 낳으면 호르몬도 크게 변한다. 그것은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바다의 천재’라고 불리는 문어는 특별나다. 문어는 알을 낳으면 먹지도 않고 헌신한다. 알에서 새끼들이 나오고 첫 번식을 끝내면 결국 1년의 수명을 마친다. 마치 ‘삶의 의욕’을 상실한 듯 죽어간다. 1977년 문어의 이런 행동이 눈샘(optical gland)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어의 눈 샘을 없앴더니 새끼 보호 행동이 없어진 것이다. 2018년에는 문어가 음식을 안 먹고 죽어가는 행동을 할 때 콜레스테롤 대사와 스테로이드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활성화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비의 극적인 변화 때문이다. 어미 문어의 눈 샘에서 콜레스테롤 전구물질이 나왔다. 사람도 이런 물질이 많아지면 심각한 발달행동장애를 일으킨다. 문어는 자신의 종을 먹어버리는 성향이 강해 태어난 새끼를 먹어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 그렇게 진화했을 수 있다.
지나친 가족 이기주의는 생존에 불리했을 수도 있다. 집단을 이루고 사는 생물이 집단에의 충성심이 약하고 가족 이기주의만 팽배하면 다른 집단에게 패배할 수 있다. 인간 역사를 보더라도 ‘작은’ 집단에만 얽매이는 집단은 더 큰 집단을 이루어 힘이 강해진 집단에 의하여 멸절되었다.
가족 이기주의가 너무 나가면 가족을 위해서 불법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의 불행과 곤경까지 이용한다. 가족 사랑의 이름으로 뭐든 하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자아에 대한 사랑이나 비난의 대상은 아니지만 자연적인 현상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적당한 한계를 넘어서면 죄악이 될 수 있다.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을 해 공분을 샀던 최순실씨 딸 정유라는 죄악이다. 자녀 입시에 부모 찬스로 기소된 조국도 죄악이다. 가족애가 배타적인 것이 되어 가면 사회는 무덤이 되고 만다. 사랑하는 가족이 살아가는 세상이 숨도 쉬기 어렵고 피곤한 ‘무덤’이 되어가는 것이다.
부모는 물론 누구라도 새끼나 아기를 보면 말투가 바뀐다. 목소리 톤이 높아지거나 혀 짧은 소리, 비음 섞인 목소리가 저절로 나오며 애들처럼 행동한다. 이러한 ‘아기 말투’를 유아 언어(baby talk)라고 하는데 학자들은 모성어(motherese)라고 부른다. 사람만 유아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핀치 새, 큰주머니날개박쥐, 얼룩말, 다람쥐원숭이와 붉은털원숭이 등에게서도 관찰된다. 동물이 아기 말투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과 비슷하며 ‘수렴 진화’로 볼 수 있다. 수렴 진화는 서로 다른 종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새나 말이 유아 언어를 사용하니 포유류인 돌고래는 분명 같을 것이다. 2023년 포유류인 큰 돌고래도 새끼와 소통할 때 유아 언어를 사용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나의 양부모님이 1000% 나의 부모님이다. 친부모는 정자와 난자은행에 불과하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친부모의 사랑보다 양부모의 사랑은 인간적으로 더 위대하다.